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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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하사, 3년 만에 순직 인정… 인권위 “성전환자 복무제도 개선해야”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숨진 고(故) 변희수 하사의 순직이 인정됐다. 3년 만에 순직이 인정되면서 유족이 원할 경우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해졌다. 

 

고 변희수 하사. 연합뉴스

4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이날 유족들에게 전달됐다. 심사위는 변 하사 사망에는 개인적 요인도 작용했으나, 법원에서 위법하다고 한 강제 전역 처분으로 인해 발병한 우울증이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순직 등급은 가장 낮은 등급인 ‘순직 3형’으로 결정됐다. 군인사법상 순직 유형은 3가지로 분류되는데 위험을 무릅쓴 채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하면 1형, 국가수호 등과 직접 관련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하면 2형, 국가수호 등과 직접 관련 없는 직무수행 중 사망했다고 판단했을 때 3형을 받게 된다. 다만 1∼3형 모두 유족이 원할 경우 시신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국가유공자(순직군경)으로 인정되거나 보훈연금이 지급되려면 별도의 보훈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번 결정은 육군이 2022년 12월 내렸던 ‘일반사망’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같은 해 4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변 하사의 죽음을 순직으로 처분하라고 권고하였으나 육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이를 불수용하고 일반사망으로 처분했다. 변 전 하사 사망이 공무와 타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1월 국방부에 재심사를 권고했다.

 

국방부는 “독립된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심사한 결과 ‘순직’으로 결정했으며 이를 수용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변 전 하사는 2019년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 육군은 수술 이후 생긴 신체변화를 ‘심신장애’로 규정해 그를 강제 전역시켰다. 변 전 하사는 육군을 상대로 강제 전역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첫 변론을 앞둔 2021년 3월3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7개월 뒤에야 법원은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021년 10월 대전지법 행정2부는 “심신장애 여부 판단으로 여성을 기준으로 해야 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은 육군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이날 군인권센터는 입장문을 내고 “변 하사의 죽음은 국가와 군이 책임져 마땅한 일이었다”며 “그 책임을 인정받기까지 너무 길고 아픈 시간을 보냈지만 그립고 애통한 마음으로 뒤늦은 순직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국방부의 이번 순직 결정은 고 변희수 하사의 명예 회복과 더불어 성전환자의 인권을 한 발짝 더 전진시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국방부는 인권위가 권고한 바와 같이 조속히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변희수 하사의 희생을 앞으로도 계속 기억하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고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