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전공의들의 동행 없이 윤석열 대통령을 홀로 만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취지의 대통령실 입장에도 4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대통령의 경청과 전공의 처우 등 개선에 관한 의견 교환이 면담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정 갈등 해결의 물꼬가 트이는 듯 했지만 박 비대위원장의 글로 보면 사실상 갈등 봉합 실마리는 다시 안갯속으로 사라진 분위기다.
박 비대위원장의 SNS 글에는 ‘일방적인 통보와 윽박지르기였나’ 등 궁금해하는 이들의 댓글이 달렸다. ‘왜 그 자리에 갔느냐’거나 ‘굳이 가서 의미 없는 말만 하고 듣고 온 게 자랑이냐’등 다소 비판도 눈에 띈다. 이는 대한의사협회 내부에서 박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면담에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특히 박 비대위원장 글에는 의대 증원에 거세게 반발하며 사직서를 낸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 출신 류옥하다씨가 “모두가 알던 사실을 왜 굳이 가서 확인해야만 했는지”라며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는 댓글을 달아 주목됐다.
류옥씨는 단체 대화방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박단 비대위원장의 만남 성사는 젊은 의사(전공의, 의대생)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박단 비대위와 11인의 독단적인 밀실 결정임을 알린다”고 비판한 터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박 비대위원장에게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했고, 전공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무엇보다 다른 전공의들 동행 없이 홀로 참석한 박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 면담이 2시간20분 정도 비교적 길었던 만큼, 일부에서는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 방안을 놓고 솔직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이 전공의와 대화를 시도했다는 대외적인 이미지보다 내용 자체에 초점을 맞추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 증원 반발의 당사자인 전공의 대표를 만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져 의료계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의 SNS 글 한마디로 비춰볼 때, 사태 해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면담은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대변인실을 통해 대화 의사를 제안하고, 박 비대위원장이 만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