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V리그 시상식 프리뷰] ‘양효진vs김연경, 임동혁vs레오’ 2023∼2024 V리그 정규리그 MVP는 누구 품에?

지난해 10월14일 개막해 지난 1,2일 현대건설과 대한항공의 통합우승으로 막내린 2023~2024 V리그가 마지막 공식 일정을 남겨뒀다. 한국배구연맹(KOVO)는 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2023~2024 V리그 시상식을 개최한다. 남녀 신인선수상은 이재현(삼성화재)과 김세빈(도로공사)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정규리그 MVP에 관심이 쏠린다. 남녀부 정규리그 MVP는 정규리그 1위 프리미엄을 가진 선수와 개인 기록에서 압도적인 선수의 2파전 양상이 전개되어 기자단이 어느쪽에 더 가중치를 뒀느냐에 따라 수상자가 갈릴 전망이다.

 

◆ 여자부 MVP, ‘국가대표 룸메이트’ 김연경-양효진의 ‘절친 각축전’

 

여자부에선 국가대표 시절 10년 이상 룸메이트로 지내며 지금도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있는 현대건설의 현역 최고 미들 블로커 ‘블로퀸’ 양효진(35)과 흥국생명의 ‘배구여제’ 김연경(36)의 2파전이다.

 

개인 기록에선 김연경이 월등하다. 김연경은 36경기 140세트를 뛰며 775점을 올려 전체 6위, 토종 1위에 올랐다. 김연경이 뛴 V리그 7시즌 중 최다득점일 정도로, 올 시즌 흥국생명은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흥국생명에서 2년째 뛴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기량 저하에 태도 논란까지 겹치며 올스타 브레이크에 퇴출됐다. 윌로우 존슨(미국)을 데려왔지만, 트라이아웃 삼수에도 뽑히지 않은 이유가 보일만큼 기량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결국 그 부담은 김연경에게 오롯이 전가됐다. 1988년생으로 이제 ‘노장’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지나치지 않은 김연경은 흥국생명이 소화한 140세트를 전부 뛰어야 했다.

 

혹사 속에서도 김연경은 배구여제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득점 6위에 공격종합은 실바(GS칼텍스, 46.80%)에 이어 2위(44.98%)였다. 오픈 공격 5위(40.63%), 퀵오픈 4위(47.39%), 시간차 4위(58.72%), 서브 6위(세트당 0.207개) 등 공격 지표 전반에 고르게 활약했다. 리시브 효율 5위(42.46%), 디그 7위(세트당 3.829개), 수비 8위(세트당 5.557개) 등 수비에서도 맹활약하며 왜 자신이 세계 최고의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로 군림하는지를 증명했다. 김연경의 존재 덕분에 흥국생명은 4라운드를 마쳤을 때 승점 8 차이가 났던 선두싸움을 시즌 끝까지 할 수 있었다. 김연경은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5개(2005~2006, 2006~2007, 2007~2008, 2020~2021, 2022~2023) 보유 중이다. 올 시즌까지 7시즌을 소화한 김연경이 이번에도 MVP를 받는다면 7시즌, 6개의 MVP를 싹쓸이하게 되는 셈이다.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머문 김연경이 정규리그 MVP로라도 그 아쉬움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효진은 정규리그 1위에 오른 ‘팀 성적 프리미엄’을 앞세워 2019~2020, 2021~2022시즌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정규리그 MVP에 도전한다. 전위 세 자리만 소화하는 미들 블로커임에도 36경기 141세트를 소화하며 546점을 올리며 전체 9위, 토종 2위에 올랐다.

 

양효진이 전위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현대건설의 공격 전술이 달라질 정도로 양효진이 현대건설에서 차지하는 전술적 비중은 절대적이다. 양효진의 전매특허인 개인 시간차성의 오픈 공격은 V리그 한정 모든 미들 블로커들이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공격옵션이 됐을 정도다. 모든 미들 블로커들이 구사하지만, 누구도 양효진의 위력을 넘어설 순 없다. 미들 블로커임에도 오픈 공격 2위(45.71%)에 올라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속공 2위(52.94%), 블로킹 2위(세트당 0.773개)까지 10년 넘게 V리그 여자부 미들 블로커 ‘원톱’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효진이다. 

 

지난 1일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축승회가 끝날 무렵 양효진을 만나 MVP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몇몇 기자들의 투표 결과를 알려주며 김연경과 박빙 상황이라고 전해주자 양효진은 “당연히 (김)연경 언니가 받는 것 아닌가요. 언니 기록이 너무 넘사벽이에요”라고 손사래치기도 했다.

 

◆ 남자부는 임동혁-레오의 2파전

 

남자부 역시 2파전이다.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한 대한항공에선 7년차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25)이 팀 성적 프리미엄을 안고 생애 첫 MVP 수상에 도전한다. 29일 군입대를 앞둔 임동혁이 통합우승 4연패에 이어 정규리그 MVP까지 받게 된다면 최고의 입대 선물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치른 36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124세트를 소화한 임동혁은 559득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득점 부문 전체 7위, 토종 선수 중에는 1위다. 여기에 56.02%의 공격 성공률로 공격종합 부문에서도 전체 1위다. 오픈 4위(46.35%), 퀵오픈 2위(62.83%), 시간차 2위(78.26%), 후위 3위(55.07%) 등 세부 공격지표에서도 이름을 많이 올리며 명실상부 토종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로 자리매김했다.

 

링컨 윌리엄스(호주)의 허리부상, 그에 따른 한 달 남짓의 공백 끝에 무라드 칸(파키스탄)을 영입하기까지 대한항공이 꽤 긴 기간 동안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의 부재 속에서도 선두권 싸움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임동혁의 든든한 존재감 덕분이다. 임동혁 이전 대한항공의 토종 에이스였던 정지석도 허리부상 여파로 2라운드까지 개점휴업에 들어갔고, 복귀 이후에도 커리어 로우의 성적을 올렸기에 임동혁의 분전은 더욱 빛난다.

 

다만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1위가 자력이 아니었다는 점이 임동혁의 아킬레스건이다. 대한항공은 앞선 정규리그 3연패는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확정했다면, 이번 정규리그 1위는 본인들 스스로도 2위를 예감했다가 삼성화재가 지난 16일 우리카드를 풀 세트 접전 끝에 3-2를 잡아주면서 남의 손을 빌려 차지한 영광이었다. 이에 임동혁은 지난 2일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OK금융그룹을 3-2로 꺾고 통합우승을 완성한 뒤 “올 시즌 우리의 정규리그 1위 4연패는 결코 운이 아니었다. 외국인 선수의 공백 속에서도 꾸준히 승점을 쌓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임동혁의 다소 무뎌진 ‘정규리그 1위 프리미엄’에 기자단이 투표를 주저했다면 OK금융그룹 공격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레오에게 표심이 쏠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과거 20대 초반 삼성화재 소속으로 V리그에 첫발을 내디뎠던 레오는 삼성화재에서 뛴 3년(2012~2013, 2013~2014, 2014~2015) 동안 정규리그 MVP를 싹쓸이한 바 있다.

 

삼성화재 시절의 3년은 역대 외국인 선수를 통틀어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레오는 지난 2021~2022시즌 OK금융그룹의 유니폼을 입으며 7년 만에 다시 V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30대가 되어 돌아온 레오는 과거의 괴물같은 운동능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V리그에서는 블로커 위에서 내리꽂는 타점을 자랑하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했다. V리그 복귀 3년차인 올 시즌, 복귀 후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이며 OK금융그룹의 봄 배구 컴백을 이끌었다. 특히 3라운드 6전 전패로 하위권으로 추락하던 OK금융그룹이 4라운드 6전 전승으로 봄 배구 진출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레오의 공격점유율을 급격히 올렸기에 가능했다.

 

개인 기록 면에서는 임동혁을 압도한다. 955득점으로 요스바니(삼성화재, 1068점)에 이어 전체 2위, 공격종합 2위(54.54%), 퀵오픈 9위(56.04%), 시간차 3위(73.33%), 후위공격 2위(57.17%), 서브 2위(세트당 0.489개)에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공격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공격인 오픈에서 50.36%를 기록하며 V리그 유일하게 50%를 넘긴 선수라는 점이다. 과연 레오가 3위에 그친 팀 성적의 약점을 개인 기록으로 뛰어넘으며 생애 네 번째 정규리그 MVP를 수상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