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969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를 마주하게 됐다. 노조는 당장 파업에 돌입하기보단 평화적 쟁의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추후 사측과의 논의 결과에 따라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내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5일까지 진행한 노동조합 쟁의 찬반투표 결과 97.5%가 쟁의에 찬성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투표는 전삼노와 △사무직 노조 △구미네트워크 노조 △동행 노조 △DX 노조 5개 노조 조합원 2만7458명 중 75.9%인 2만853명이 참여했다. 찬성은 2만330명, 반대는 523명으로 집계됐다. 전삼노 관계자는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권이 법적으로 확보됐다”며 “삼성전자 창립 이후 처음 쟁의 행위에 돌입하게 됐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다만 전삼노에 이어 두 번째로 구성원이 많은 DX 노조는 조합원 투표 참여율이 36.8%로 과반에 미달해 쟁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반도체 부문 중심 전삼노와 휴대전화·가전 부문 DX 노조의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전삼노는 17일 경기 화성 DSR 타워에서 1000여명이 모여 피케팅 시위 등 평화적 쟁의 행위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말로만 노사 상생을 말하는 사측에게 진정한 노사 상생이 어떤 것인지 알려 주고 새로운 삼성전자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10여차례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평행선을 걸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와 임금조정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로 결정했으나 노조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창사 55년 만에 파업리스크를 겪게 됐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2022년과 2023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로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찬반투표를 진행하지 않아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노조의 쟁의 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된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노사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지속해서 소통하여 경영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