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에서 국내 기준치의 최대 56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해당 제품 목록에 영아용 치발기·보행기와 어린이용 가방·학용품 등이 포함돼 우려가 높다. 서울시는 중국 플랫폼들을 대상으로 ‘상시 안전성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중국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율 상위에 오른 어린이용품과 생활용품 31개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8개 제품에서 허용 기준치를 크게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8일 밝혔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 품목들은 △어린이용 물놀이 튜브 △보행기 △목재 자석낚시 장난감 △사탕 모양 치발기 △바나나 모양 치발기 △캐릭터 연필 △지우개 연필 △어린이용 가죽가방이다.
이 중 어린이용 가죽가방에선 불임 유발 등 생식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4종(DEHP·DBP·DINP·DIBP)이 기준치의 55.6배나 검출됐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플라스틱 가공에 쓰인다.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국제암연구소 지정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이기도 하다.
어린이용 물놀이 튜브에서도 기준치의 33배가 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제품의 두께도 0.19㎜로 국내 기준(0.25㎜)보다 얇아 위험했다. 캐릭터·지우개연필(DEHP 33∼35배)과 목재 자석낚시 장난감에서도 기준치의 2.2배 DBP(디부틸프탈레이트)가 나왔다. 유아용 치발기 2종은 디자인과 형태가 기도를 막을 가능성이 컸고, 작은 힘에도 쉽게 손상돼 질식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플랫폼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이처럼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상시 안전성 검사 등 내용을 담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 소비자 안전확보 대책’을 발표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직접구매)의 절반 가까이(48.7%)가 중국업체였다. 특히 알리는 지난 2월 기준 쿠팡에 이어 국내 2위 플랫폼이 됐다. 후발주자인 테무 역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시는 중국 알테쉬를 중심으로 상시 안전성 검사 체계를 가동하고, 이달 넷째 주부터 매주 검사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검사는 소비자의 구매가 많거나 피해 접수가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국가기술표준원 인증기관이 신속히 진행한다. 일상생활에 밀접한 제품의 경우 외부 인증기관(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ATRI 시험연구원·FITI 시험연구원)에 검사를 맡길 예정이다.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 전담 신고센터’도 설치·운영한다. 신고센터는 서소문1청사 14층(전자상거래 센터 내)에 마련된다. 피해 상담과 구제 방안을 전담 요원이 빠르게 안내하고 필요시 한국소비자원 등 중앙 부처들과 공조해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시는 덧붙였다. 해외 유력 온라인 플랫폼과 핫라인 구축도 추진한다. 피해는 핫라인(20-2133-4896) 또는 120다산콜로 접수하면 된다.
아울러 시는 서울 중구와 협력해 알리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사가 판매자 정보를 공개할 것을 지속 요청할 예정이다. 알리는 중구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한 상태다. 중구는 지난 1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알리에 판매자 정보 업데이트 등 시정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시도 알리에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경찰에 고발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 시는 소비자단체와 함께 저가 물품의 무분별한 소비 대신 ‘지속 가능한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대시민 캠페인도 펼친다.
송호재 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싸다는 이유로 쉽게 소비하는 해외 직구 제품은 국내 안전성 기준을 적용받지 않아 언제든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전담 신고센터 운영과 상시 검사체계 구축을 통해 (해외 직구)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