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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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유물 70만점 한자리… 신비한 中 문화 속으로 [박윤정의 니하오 타이베이]

1925년 개관했다 내전으로 1949년 대만 이전
특별전시관 1구역선 필기구 등 ‘벼루’ 특별전
中명대 화가 선저우 ‘모악도’ 대만인들에 인기
용 문양이 새겨진 용정청자 술잔 권위 상징
어두운 조명 아래 빛나는 작품들 탄성 자아내

설레는 발걸음! 타이베이에 들를 때마다 꼭 방문하는 국립 고궁박물관으로 향한다.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박물관인 이곳은 중국 예술과 문화의 보고다. 여러 차례 방문했음에도 항상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고궁박물관은 1925년 베이징에 설립된 뒤, 중국 내전 당시 소중한 예술품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1949년 대만으로 이전되었다고 한다. 소장품들은 당, 송, 원, 명, 청 5대에 걸친 서화, 동기, 자기, 칠기, 조각, 선본 서적, 문헌 등 수십만 건에 이르고 높은 예술적 가치와 역사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약 70만점 이상의 중국 예술 작품과 고대 유물들이 중국 역사를 나열한다.

국립 고궁박물관 외관. 1925년 베이징에 설립된 뒤, 중국 내전 당시 소중한 예술품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1949년 대만으로 이전되었다.

이른 아침이지만 벌써 관람객들로 붐빈다. 음성 안내기를 구매하기 위해 신분증을 맡기고 기기를 받는다.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궁박물관의 중국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려는 노력은 중국 외 지역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만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필수 코스이다. 도슨트 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음성 안내기를 선택하여 천천히 둘러보기로 한다.

상설전시관을 지나 특별전시관을 먼저 둘러보기로 한다. 제1전시구역 ‘벼루를 사랑하여 매혹되다’ 특별전이다. 벼루 사랑으로 유명했던 벼루 광들이 푹 빠진 매력은 무엇일까? 한때 필기구를 좋아했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컬렉션을 살펴본다. 약 2000년 전부터 벼루가 출현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겪는 것이 마치 유행 흐름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른 필기구로 대체되기까지의 변화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다. 문득 ‘문방사우’를 떠올리며 옛 친구, 추억이 어린 존재를 그린다. 벼루의 특별함 속에 과거와 오늘을 생각하며 사람들의 진실한 마음과 그 소중한 시간을 되새겨 본다. 단순한 예술품 전시를 넘어서, 생각의 자유로운 흐름은 공간에서 벗어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안겨준다.

특별관을 벗어나 또 다른 전시관으로 들어선다. 어디선가 한국인들의 탄식 소리가 들린다.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사람들 곁으로 다가서니 단체 관광객들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작품들이 현재 전시되어 있지 않다는 안내문을 읽고 아쉬워한다. ‘동파육’과 ‘비취 배’ 작품이 출타 중이란다. 또 다른 옥으로 만들어진 작품들로 아쉬움을 달래길 바라면서 전시품들을 둘러본다. 어두운 조명 아래 빛나는 수많은 작품, 완벽한 조형미와 뛰어난 장인정신을 뽐내며 관광객들의 끊임없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대만인들에게 인기 있는 전시물은 ‘모악도(毛岳鬱)’라고 한다. 중국 명대의 유명한 화가 선저우(沈周) 작품으로, 중국 고전 회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이 외에도 청화백자와 동조 금석 전시도 매우 인상적이다. 용정청자 술잔 역시 눈길을 끈다. 이 술잔은 송(宋) 왕조 시대의 작품으로, 그 시대의 도자기 기술과 예술성을 대표하는 유물이다. 용 문양이 새겨진 작품이 왕실의 권위와 신비로움을 상징하며, 중국 도자기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하지만 올해가 청룡의 해라 더 눈길이 가나 보다.

국립 고궁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 박물관으로 중국 예술과 문화의 보고다.
특별전시 또는 전시품 변경을 안내하는 안내문. 관람은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물관에는 재미있는 여러 에피소드가 있다. 육각 정원 탁자는 원래 중국 베이징의 한 황실 정원에 있었으나, 중국 내전 중에 국민당에 의해 대만으로 옮겨졌다. 전설에 따르면, 이 탁자는 특별한 목재로 만들어져 화재 때에도 불에 타지 않았다고 한다. 박물관 내 유물들은 단순한 예술작품을 넘어서 역사적 사건의 이야기들을 모두 품고 있다. 각각의 소장품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은 중국 역사 한 페이지의 기록들이다.

고궁박물관의 역사적 가치는 물론이지만 보물들 금액이 문득 궁금해진다.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겠지. 박물관의 컬렉션이 주로 중국 황실 소장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금전적 가치는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듯하다. 작품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을뿐더러 공개적으로 거래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수천 년의 중국 역사를 아우르는 도자기, 회화, 고서적, 문화재 등을 훑어보며 독특한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나타내는 설명을 듣고 읽는다. 산정할 수 없는 시장가치를 홀로 산정하며 웃음을 지어본다. 대만을 넘어서 전 세계 문화유산의 중요한 작품들 가치를 생각하며 이 시간을 즐긴다.

 

박윤정 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