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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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소형 AI, 처음으로 미국 의사면허시험 통과

국내 개발 인공지능(AI) 소형언어모델(sLLM)이 처음으로 미국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했다. 

 

스타트업 아이젠사이언스와 고려대 컴퓨터학과 강재우 교수 연구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는 공동 연구로 개발한 sLLM ‘Meerkat-7B’가 미국 의사면허시험(USMLE)에서 74점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미국 의사면허시험 평균 합격선은 60점이다. 챗GPT 등 거대모델이 의사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적은 있지만 sLLM이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LLM이 받은 직전 최고 점수는 스위스 연방공과대(EPFL) 연구진이 메타의 LLM 라마2를 기반으로 만든 sLLM ‘MediTron(메디트론)-7B’으로, 지난해 11월 52점을 받아 시험에는 통과하지 못했다. 

 

Meerkat-7B는 복잡한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다단계 추론 능력을 갖춘 의생명분야에 특화된 sLLM 모델이다. 매개변수는 70억개다. 이는 PC 한 대에서도 설치 및 활용할 수 있는 크기의 모델이다. 7개의 의료 벤치마크 성능평가에서도 GPT-3.5(175B) 모델보다 평균 13% 높은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들이 주도하는 LLM은 크기가 크고, 외부 클라우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병원이나 기업 등에서 사용하기에 민감한 데이터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기관 내부에 설치해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sLLM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개발진은 Meerkat-7B가 병원에서 임상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비표준화된 의료 차트의 정리와 같은 의료·원무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제약 회사에서도 특허 분석, 임상 설계, 문서 작성 등의 노동 집약적이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를 지원해 업무 부담을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강 교수(아이젠사이언스 대표)는 “의생명 분야에서는 매일 3000편 이상의 연구 논문이 발표되는데, 이렇게 방대한 정보 속에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새로운 질병 표적 단백질을 식별하고 검증하는 작업은 매우 시간이 소모되는 일”이라며 “Meerkat-7B를 통해 새로운 약물 타깃을 발굴하는 과정의 효율성을 대폭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의료 특화 LLM을 활용한 신규 사업모델 또한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