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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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지원 공무원 또 사망… "주말에도 동원돼 격무 시달려"

이틀간 사전투표 지원하던 남원시청 공무원 숨져
지난 지방선거 사전투표 업무 수행하다 순직 사례와 판박이
“공무원 희생 강요하는 선거사무 강제 동원 거부”

지자체 소속 한 공무원이 숨졌다. 해당 공무원은 지난 사전투표를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사망 원인이 과로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7일 오전 전북 남원시청에 근무하는 A(59·여)씨는 갑자기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곧바로 인근 병원을 거쳐 전주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숨을 거뒀다. 이틀간 제22대 총선 사전투표에 동원됐던 A씨는 투표 개시 시간인 오전 6시 전에 투표장에 도착해 관련 교육과 투표준비 등을 해야 했다.

9일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지분류기 최종 모의 시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유족들은 갑작스레 A씨가 숨진 것이 과도한 선거지원 업무 때문이라 주장하고 있다. 동료 공무원들도 선거에 동원되는 공무원들에 대한 안배가 전혀 없는 현재의 선거지원 업무시스템이 문제라 지적하고 있다. A씨는 일주일간 격무 후 쉬어야 할 주말에 사전투표 선거지원 업무에 동원돼 이틀 내내 새벽 2시에 일어나 사실상 4시부터 시작되는 지원업무를 오후 8시까지, 총 16시간 동안 봐야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남원시지부는 9일 오전 추모성명을 내고 “비통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창졸간에 배우자와 어머니를 잃어 헤아릴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있을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공무원은 선거일 한달 전부터 선거사무에 동원돼 선거인명부 작성부터 투표안내문과 공보물 발송까지 도맡아 한다”며 “주중에는 본인의 고유업무를 보다가 쉬어야 할 주말에 실시되는 사전투표에 동원되면 또다시 이틀간 이른 새벽부터 격무에 돌입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투표 업무에 동원된 공무원이 사망하는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6월에는 전주시청 50대 여성 공무원이 지방선거 사전투표 업무를 수행하다 뇌출혈 증세로 사망했다. 인사혁신처는 그해 12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해당 공무원의 순직을 결정했다.

지난 5일 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뉴시스

남원시지부는 “공무원 희생을 강요하는 선거사무 강제 동원을 거부한다”며 “선거 때마다 수많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식사할 시간도 없이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6.1 지방선거 중에도 이틀간 이어지는 사전투표를 책임지던 전주시 공무원이 목숨을 잃어 순직이 인정됐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없이 여전히 14시간 이상의 긴 근무시간 동안 교대를 할 수도 없고 쉬는 시간도 보장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A씨의 한 동료는 “평소 마음씨 좋은 언니한테 이런 사고가 나 모두가 매우 비통한 심정”이라며 “이제라도 부당한 선거업무 강제 동원과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지방직공무원들이 함께 나서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