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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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정자교 붕괴 1년…“억울한 죽음” 아물지 않은 상처 [밀착 취재]

신상진 시장, 업체 관계자 등 관련자 22명 입건
경찰, 여전히 1호 중대시민재해 적용 법리 검토
아직 처벌받은 사람은 없어…“누나 억울한 죽음”
성남시, 5월부터 본격적인 보수공사…51개교 보강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가 붕괴한 지 1년을 넘겼지만 사고로 생긴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2명의 사상자를 낸 이 사고로 신상진 성남시장을 비롯해 시 공무원과 용역업체 관계자 등 22명이 입건돼 조사받았지만 아직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경찰은 이른 시일 안에 수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지만, 중대시민재해 혐의를 제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9일 경찰과 성남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5일 벌어진 이 사고로 당시 정자교 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숨지고 30대 남성은 크게 다쳤다. 같은 해 7월 국토교통부는 붕괴 원인으로 도로 하부 ‘부착력 상실’을 지적했다. 콘크리트와 캔틸레버부 인장철근 사이가 벌어져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량 노후화와 함께 관리주체인 성남시의 시설물 안전점검과 보수·보강이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 붕괴 직후 통행이 제한된 정자교. 오상도 기자 

정자교는 그동안 크고 작은 문제점을 지적받았지만, 사고 때까지 분당구청의 정자교 정기안전점검 결과표에선 ‘중대 결함 없음’으로 표기돼 왔다.

 

지난 5일에는 자신을 정자교 붕괴 사고로 누나를 잃은 동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명 동참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이) 끔찍했던 누나의 사고 날”이라며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찢어진 다리에서 떨어진 누나는 눈도 감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인이 된 누나는 분당에 자신의 첫 헤어샵을 열었고, 가게에 애정을 갖고 3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사고 이후) 1년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한을 풀어주고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접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수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관련자가 제대로 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수사가 마무리되면 또다시 끔찍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며 온라인 서명 동참을 요청했다. 

지난해 4월 붕괴 직후 처참한 모습을 드러낸 정자교. 오상도 기자

경찰은 이 사고에 대해 여전히 법리 검토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대시민재해 1호 사건이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유족은 ‘시 최고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며 고소했고, 신 시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1항에선 중대시민재해를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 정의한다.

 

규정 요건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 10명 이상 발생이다.

 

정자교 붕괴의 경우 사망자가 발생했기에 요건에 해당한다. 

 

경찰 관계자는 “개별 사건에 따라 법리 검토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며 “전담수사팀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남시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달 말 감정기관의 현장평가가 마무리되는 대로 5월부터 잔재물 처리를 시작으로 정자교 복구공사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이후 현장을 방문한 신상진 성남시장(오른쪽 세 번째)과 이진찬 성남시 부시장(오른쪽 다섯 번째). 성남시 제공

앞서 시는 지난해 정자교 붕괴 사고가 일어난 뒤 사고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시공사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이 감정기관으로 지정한 대한토목학회는 11월부터 현장감정을 이어오고 있다.

 

시는 6월 중 교량 캔틸레버부 철거 및 절단, 교각 신설 후 양측 경관보도교 설치 등의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이어 차도부는 전면적인 보수·보강 등 단계별 공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준공하기로 했다.

 

현재 분당구 전체 51개 교량 중 신기보도교, 백궁보도교, 양현교 3개 교량에 대해선 설계가 완료돼 지난달 29일 보수공사가 시작됐다. 나머지 교량에 대해서도 지장물 이설 및 설계가 완료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