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4일 만남 후, 후속 대화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사 단체의 내부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및 의대 증원 추진 등을 놓고 정부와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의사들 간 자중지란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의협 비대위는 10일 “비대위가 마치 5월이 되기 전에 정부와의 물밑 협상을 통해서 이번 사태를 졸속으로 마무리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 선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며 “하지만 이는 절대로 사실이 아니며, 앞으로도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협상에 나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최근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 당선인이 자신도 모르게 전공의 대표와 대통령의 단독 면담이 추진되고, 의협이 총선 후 합동 기자회견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등 비대위가 독단적 행보를 해왔다고 비판한 것 등에 대한 반박이다.
임 차기 의협회장 당선인은 전날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비대위가) 물밑(에서) 지금 협잡질을 한다”며 “그 협잡질을 하고도 그 직(김택우 비대위원장)에 계속 있겠다면, 정말 철면피”라고 발언했다. 최근 의사 커뮤니티에는 의협 비대위가 정부와 의대 증원 등에 대해 ‘날치기 합의’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임 당선인을 향해 “비대위 회의 석상에서 직접 발언하라”는 취지의 작심 비판을 한 데 이어 비대위는 이날도 오히려 임 당선인이 독단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비대위는 “당선인이 비대위를 맡고 싶었으나 거절당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갑자기 언론에 내보내고, 당선인은 비대위의 해산을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분명 당선인은 현재도 비대위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비대위 회의도 참석하면서 단체 대화방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당선인께서는 왜 내부 회의나 단체 대화방에서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고, 외부 언론에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내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와 대해 최근 “2000명에 매몰되지 않겠다”며 유연한 태도로 선회했지만, 의협과 대전협에서 내홍이 불거지면서 의·정대화 재개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