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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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점퍼' 문재인 덕 본 국민의힘? "'샤이보수' 결집 자극"

‘샤이 보수’의 힘이 입증됐다. 3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개헌저지선(100석)이 뚫릴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국민의힘이 부산·경남에서 선전하고 한강벨트 일부 지역을 빼앗아온 것은 숨겨진 보수 민심이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샤이 보수’는 여론조사 등에서는 잡히지 않지만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를 뜻한다. 이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하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숨기고 있다가 국민의힘이 열세로 위기에 몰리자 투표장에 나가 더불어민주당에 기운 판세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파란 점퍼를 입고 나와 PK 지역 후보들을 공개 지원했는데도 결과는 국민의힘 후보 당선이었다. 오히려 문 전 대통령 공개 지원이 PK 지역 ‘샤이 보수층’이 결집하도록 자극시킨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이 제22대 총선 지원 유세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부산·울산·경남 등 ‘낙동강벨트’의 보수 강세 지역구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문 전 대통령은 투표 당일인 10일에도 자신의 SNS 통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투표합시다”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남긴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김정숙 여사와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 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유권자들께서 투표를 통해 심판 의지를 표출해 줄 것으로 믿는다”며 “지금은 현 정부를 정신차리게 해야 하는 선거로, 그래야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히 ‘광폭 지원’ 행보라 할만 하다.

 

서울 동작을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가 11일 동작구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혜 경기 성남분당을 후보가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마련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이재영(경남 양산갑) 후보를 시작으로 배재정(부산 사상구), 박인영(부삼 금정구), 변성완(부산 강서구), 변광용(경남 거제), 오상택(울산 중구), 전은수(울산 남구갑) 등 민주당 후보가 모두 낙선됐다. 문 전 대통령의 공개 지원이 역풍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잊혀지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정치전문가는 “전직 대통령이 말을 쉽게 뒤집으면서 선거 유세에 뛰어드는 건 우리 정치사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분당갑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가 1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권영세 후보가 11일 용산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꽃목걸이를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는 소위 ‘샤이 보수’ 지지층이 또 한번 결집했다. 방송3사(KBS·MBC·SBS)의 출구 조사 결과를 뒤집고 당선된 사례가 다수 발생하면서다.

 

서울 동작을 에서는 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를 이길 것으로 예측됐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서울 용산에서는 국민의힘 권영세 후보가 민주당 강태웅 후보를 이겨 출구조사를 뒤집었다. 경기 성남 분당을도 출구조사는 민주당 김병욱 후보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를 앞선 것으로 예측됐지만 김은혜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 분당갑 역시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앞선 민주당 이광재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