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며 대선에서 승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역대 최고 득표율을 뛰어넘는 기록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나왔다. 올해 81세로 최고령 당선 기록을 세우며 ‘5선’ 달성으로 4년 만에 국회에 다시 돌아온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이 주인공이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전남 해남·완도·진도군 총 유권자 12만4718명 중 8만7076명이 표를 던져 이 중 무효표(2271표)를 제외한 8만4805표 중, 7만8324표를 받아 득표율 92.35%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세웠다. 곽봉근 국민의힘 후보(6481표·득표율 7.64%)를 가뿐하게 누르고 당선됐다.
구체적으로 완도군에서는 2만9073표 중 2만7109표를 받아 득표율 93.24%를 기록했고, 해남군과 진도군에서도 각각 91.55%(3만4730표 득표)와 92.62%(1만6485표 득표)로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해남·완도·진도군의 투표율은 69.81%로 전국 17개 시도 투표율(67.0%)보다도 높다. 광주·전남의 투표율은 30여년 만에 최고치로 각각 68.2%, 69%로 집계됐다.
지난달 러시아 대선의 전국 투표율 74.22%에는 못 미치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득표율(87.34%)보다도 높아 주목된다. 2018년 대선에서 자신이 세웠던 최고 득표율 76.7%를 10%포인트 이상 뛰어넘으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을 뛰어넘는 수치다.
박 당선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해완진 군민여러분들은 저를 압도적으로, 전국 최다 득표율로 당선시켜 주셨다”며 “반드시 반듯한 정치로 나라를 생각하는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기존 지역구 목포에서 민생당 후보로 나서 고배를 마신 박 당선인은 이번에는 고향 진도가 포함된 해남·완도·진도로 지역구를 변경해 민주당 현역의원을 경선에서 물리치고 자리를 꿰찼다.
특히 박 당선인을 비롯해 전국 최상위 득표자 4명이 모두 광주·전남에서 나왔다.
전국 득표율 2위는 민주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문금주 당선인이 차지했다. 문 당선인은 90.69% 득표로 국민의힘 김형주 후보를 가뿐히 따돌렸다. 3위는 재선에 도전한 민주당 여수갑 주철현 후보가 88.89% 득표율로 차지했다. 득표율 4위는 광주에서 나왔다. 민주당 광주 동구·남구갑 정진욱 당선인은 국민의힘 강현구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88.69% 득표율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