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이어 22대 총선에서도 배지를 달게 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서울 광진을 당선인이 12일 “그냥 ‘안 좋은데, 어떡해’ 하는 게 현재 윤석열 정권”이라며 “그러려면 대통령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바짝 날을 세웠다.
고 당선인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 정국이 ‘미-중-일-러’ 할 것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있어서 너무나 지금 안 좋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어려운 정국을 어떻게 평화로 풀어낼 건가 답을 찾아야 한다”며 “그래야 민생을 풀고 경제를 푼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2020년 총선에서 180석에 달하는 거대 의석수를 갖고도 ‘검찰 개혁’에 몰두하다 대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았던 일에 더해 향후 입법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고 당선인은 “집중과 분산이 되게 중요할 것”이라며 “당장 떠오르는 ‘채 상병 사건’은 특검을 6월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지금이라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분야와 큰 연관 없지만 공정이나 상식이라는 국민 관심사와 연결된 문제이므로 빠르게 답을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생·경제를 논하면서는 “한반도의 평화 국면을 만들어내야 수출길을 뚫을 수 있다”며, “어쨌든 우리나라는 수출 주도 국가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2020년 총선에서 여당으로서 거뒀던 승리를 이번에는 야당 위치에서 일궈낸 데 대해 고 당선인은 “큰 돌을 어깨에 짊어진 것 같은 느낌”이라며 “국민들의 염원에 답을 드리지 않으면 다시 민주당에 대한 심판으로 언제든 가버릴 수 있다”고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민심 달래는 길은 오직 민생입법의 해결이라면서도, “야당으로서는 (거대 의석이) 처음이기 때문에 행정부인 대통령을 상대로 국회가 견제하고 행동하라는 국민의 심판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부연했다. 국회 내에서 여야 간 대치는 더 이상 의미 없으며, 남은 3년을 대통령 견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총 12석을 획득한 조국혁신당 존재에도 고 당선인은 의미를 뒀다. 민생 문제 해결에는 민주당이 앞장서고 ‘검찰 개혁’ 의제는 조국혁신당이 다루면 된다는 얘기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투 트랙’ 전략으로 들리는데 고 당선인은 조국혁신당의 존재를 ‘협력적 경쟁자’라고 표현했다. 이어진 ‘국회 초반에는 협력하겠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는 “경쟁은 당내에서도 숱하게 많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던 윤석열 대통령 메시지에 이은 대대적인 인적 개편 예고에서 4~5개 부처 장관 교체 기류가 감지된다는 같은 날 중앙일보 보도에 고 당선인은 “용산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생각했다)”고 대뜸 반응했다. 한오섭 정무수석과 이도운 홍보수석 등의 교체 가능성과 함께 이관섭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거론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에는 “그거 하나 맡았다”며 깎아내렸고, 또 다른 후보로 언급된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놓고는 “이동관이라는 사람에 대한 국민적 심판과 판단이 아직도 뭔지를 모르나”라고 황당해했다.
정무장관직 신설 가능성과 함께 해당 자리에 앉을 인물로 떠오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는 “거기가 과방위원장 해서 저와 많이 부딪쳤다”며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생각하면서 협치를 이끌어내야 될 사람이 와야 하는데, 장제원 의원이 오면 그거는 계속해서 국회와 싸우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고 당선인은 지적했다.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으로 김부겸 전 총리 언급에 고 당선인은 “총리를 야당에 맡긴다면 일단은 이재명 대표님과 영수회담이라도 해야 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리듯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야당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입법부 수장 격인 민주당 대표의 만남 없이는 국정을 풀어나가기 어렵다고 강조하면서다.
아울러 고 당선인은 전날 사퇴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 예상 질문에는 “관심 없다”고 잘라 답했다.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로 한 전 비대위원장의 대선후보 가치도 논할 필요가 없다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