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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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사망사고’ 영풍, 안전 투자 미비?...영풍 “강화 안전 대책 시행 중”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3월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영풍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산업재해와 환경오염 문제가 끊이지 않자 이를 막기 위한 영풍 측 노력이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풍 측은 “대폭 강화된 안전 대책을 지난달부터 시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거에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응책을 내놓았으나 문제가 계속되고 있어 이번 대책 역시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하는 시선도 제기된다.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뉴스1

 

◆환경오염 법규 위반 70여건…근로자 사망 사고도 이어져

12일 업계에 따르면 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에 지난 십여 년간 환경오염 및 산업 재해 사건이 계속되며 지역 사회 및 환경 단체의 폐쇄 요구가 이어져 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12일 안동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등 지역환경단체와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등 지역주민을 넘어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등 각계 시민사회 단체는 광화문 광장에서 영풍 석포제련소를 규탄하는 시위와 함께 제련소 폐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2013년 이후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환경오염 법규 위반은 70여건에 달한다. 2021년에는 카드뮴 오염수를 수년간 불법 배출한 혐의로 281억원의 과징금을 물었으며, 이와 관련해 2019년에는 4개월의 조업 정지 처분도 받은 바 있다.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3월에도 하청 근로자 1명이 냉각탑 청소 작업 중 낙하물에 맞아 숨졌고, 근로자 1명이 중화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엔 비소 중독 사고로 근로자 3명이 부상, 1명이 사망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잇따른 인명 사고 등에도 불구하고 영풍 측이 제대로 된 사과나 안전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투자계획 등을 내놓지 않은 채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영풍은 대구노동청의 지도로 지난달 29일 ‘사고 재발 방지 관리방안’을 내놨다. 대구고용노동청은 협력 업체를 포함한 전 공정 및 작업의 유해·위험요인 파악, 유해·위험성 주지, 안전수칙 전달 등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현장 관리감독자의 역할 및 역할 수행에 대한 확인·평가를 강화할 것을 제련소 측에 권고했다. 이에 영풍은 안전관리팀으로 이뤄진 ‘생명지킴이’ 발대식을 열고 각 부서에서 118명, 협력업체 및 공사업체에서 112명 등 총 238명이 안전관리 활동을 강화해 나간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안전관리팀 내에 전담 인력 8명도 신규로 충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책 중 안전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규 인력 일부 충원에 기존 근로자들에게 생명지킴이란 역할만 추가로 부여한 뒤 경각심을 갖도록 하겠다는 게 전부라는 비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사망 사고 등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며 “관리감독 기관의 권고도 구호성 멘트에 그친 것 같다. 결국 위험요인을 파악해 안전수칙을 전달하고, 관리감독자의 노력을 강화하라는 내용인데 도대체 이를 통해 얼마나 안전이 확보될지 미지수”라고 짚었다.

 

인적 자원 등을 위한 투자 역시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영풍은 유가증권과 부동산 등 4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려아연으로부터 매년 최대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당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 1355억원에 이르는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가치만 약 수조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안전과 환경 문제를 넘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충분한 재원이 있지만 이를 사업과 영풍의 제련소 시설투자에 쓰는 데는 인색하다”는 말도 나온다. 

 

고려아연과의 장기간의 집안 갈등으로 경영 정상화가 지체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최근 고려아연은 영풍과 공동으로 진행해온 원료 구매와 제품 공동 판매 계약을 올 상반기부터 중단키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아연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고로 감산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영풍 측의 생산량 감소에 따른 부담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 “안전예산 30% 증액…환경 문제도 7000억 투자”

영풍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예산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없다’는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영풍 관계자는 “사고 후 대구고용청과 충분히 협의 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대책 발표 때 공개하지 않았지만 안전 보건 관리 예산은 지난해 103억원에서 올해 138억원으로 증액했고, 안전 관리 시스템도 대대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사망자의 유가족 및 부상자와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 및 시설 개선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 적자(별도 기준)가 나는 상황에서도 그해부터 7000억원 규모의 환경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풍은 고려아연과의 원료 구매와 제품 공동 판매 계약이 중단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고려아연과의 공동 업무가 중단되더라도 기존에도 전담 부서와 인력이 있기 때문에 원료 구매 및 제품 판매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며 “다만 공동 구매 및 영업을 중단하면 영풍뿐만 아니라 고려아연도 구매력과 협상력이 낮아져서 양사 모두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결정을 한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