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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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벌이 중대 균열… 중국 내 북한 노동자 파업 이유는?

임금 체불, 장기간의 귀국 불허 등이 원인이 된 중국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북한 외화벌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14일 아사히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수일 간의 파업을 벌였다. 북한, 중국을 오가는 한 북한 무역상은 아사히에 1월 지린성 옌벤 조선족자치구에서, 2월 단둥시의 또 다른 공장에서 파업이 있었다고 전했다.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의 모습. 연합뉴스

해외 파견 노동자는 북한의 외화벌이에서 중요한 통로로 핵이나 미사일 개발의 자금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유엔은 2017년 자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를 모두 돌려보내도록 회원국에 의무화했다. 그러나 중국에는 취업이 아닌 연수 명목으로 입국한 북한 노동자들이 꽤 있다. 저임금 고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국이 묵인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엄격한 감시 아래 집단 생활을 하며 직장과 거주지를 오가는 단순한 생활을 한다. 아사히는 “북한에서 나고 자란 노동자들은 이런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일하며 (북한 당국의) 관리에도 온순하게 따랐다”며 “(관계자들의 증언대로) 파업이 실제 있었다면 놀랄 만한 사태”라고 짚었다. 

 

북한 노동자들을 자극한 것은 두 가지로 전해졌다.

 

첫번째가 임금 체불이다. 일하는 곳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의 월급은 2500위안(약 47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북한 회사나 당국에 뺏기고 본인이 실제 갖는 건 600∼700위안(11만∼13만원) 정도로 북한에 귀국하면 받는다. 지난 1월 옌벤 조선족자치주에서 일어난 파업은 북한에 돌아가도 수 개월 분의 이 돈을 받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발생했다. 아사히는 “저항은 다른 공장으로도 번졌다고 한다”며 “북한 관계자는 ‘임금 체불은 중국 회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유는 장기화된 근로 기간이다. 지난달 단둥시에서 발생한 파업에서 북한 노동자들은 조기 귀국을 요구했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로 3년7개월간 국경을 봉쇄했다. 제한적으로 개방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부터다. 이 때문에 통상 3년 정도인 근로기간이 기약없이 길어지면서 불만을 키웠다. 아사히는 “관계자들은 임금체불 못지 않은 파업의 원인으로 귀국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꼽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봉쇄되며 중국에 묶인 기간이 8년 이상인 경우도 있다. 노동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만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