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살배기 아들은 경찰을 좋아한다. 지난해 이맘때쯤부터다. 집 주변 공원에 가다가 경찰 순찰차를 만났다. 평소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던 아들은 실제로 본 경찰차의 모습에 홀린 듯 멈춰 섰다. 손을 잡아끌어도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관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는지 순찰차가 움직였다. 그때 “안녕! 반가웠어. 다음에 또 보자”라는 경찰관의 음성 방송이 나왔고, 사이렌도 켜졌다. 아들은 “아빠, 나한테 경찰차가 인사했어”라며 시야에서 차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그 이후로 아들에게 경찰은 ‘슈퍼 히어로’다.
#.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 조유빈 순경이 제 목숨을 살렸습니다.” 헬스장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던 60대 지모씨는 지난달 4일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조 순경의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감사하다고 커피 쿠폰과 상품권을 보냈는데 ‘현재 순경 실습 중인 신분이고, 위급하신 분을 도와드린 것은 당연한 일이라 마음만 받는다’고 다 반환했다”고 적었다. 현재 서울 광진서 화양지구대 소속 조 순경은 당시 부임이 예정된 중앙경찰학교 실습생 신분이었다. 지씨는 서울경찰청 유튜브 채널 ‘서울경찰’에서 “(조 순경이) 생명의 은인”이라며 “조 순경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 모든 분한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 지난달 9일 밤, 서울 시내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초반 남성을 강제로 차에 태운 20대 남성 3명이 납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피해자 지인의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서울의 모든 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해 이들 일당은 사건 발생 3시간도 지나지 않아 붙잡혔다. 지난해 3월 발생한 ‘강남 납치·살해 사건’과는 달랐다. 당시 경찰도 공조 체계를 가동했지만 피의자는 42시간이 지난 뒤에야 검거됐다. 피해자는 이미 살해된 뒤였기 때문에 경찰의 초동조치와 대응에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의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신속하게 움직였고 피해자는 무사했다. 경찰이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당연함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치열하게 노력했을 것이다.
#. ‘실력 있고 당당한 경찰, 국민이 신뢰하는 안심 공동체’. 경찰청 홈페이지에 나오는 글귀다. 오늘도 전국의 경찰 대부분은 이 지향점을 목표로 묵묵히 본인 소임을 다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14만 거대 조직에서 일부 구성원의 비위는 끊이지 않는다. 술에 취해 동료 경찰을 폭행하거나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고, 성희롱은 물론 업무상 비위까지 저지르는 ‘불량 경찰’들은 반드시 솎아내야 한다. “전혀 봐줄 생각 없다”는 경찰 수뇌부의 말처럼 비위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경찰로서 소명의식을 재확립하는 등의 조직 쇄신이 병행돼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가 돼야 한다.
법과 질서를 수호하면서 더 나은 치안을 고민하고,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이 신뢰받을 수 있다. 경찰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거듭해서 “경찰이 제일 좋다”는 아들의 호감이 계속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