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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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 중국 자본 끌어들일 수 있을까

홍콩에서 아시아 최초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됐지만 가상자산 가격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가 금지된 중국의 자본이 ETF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가 많았지만 예상보다 그 수준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5월 예정된 미국의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도 낮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16일 가상자산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낮 12시 기준 6만3426달러로 전날 대비 3.3% 하락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도 1.6% 하락한 3095달러를 기록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전날 차이나애셋매니지먼트, 보세라 자산운용, 해시키 캐피털, 하베스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등이 신청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지만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등 거시적인 금융 환경에 영향을 받았다.

 

비트코인 가격을 역대 최고가(7만4750달러)까지 끌어올린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달리 홍콩의 ETF 승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 연구원은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한다”며 5억달러(6995억원) 규모의 자금 유입을 기대했다. 홍콩의 ETF 시장의 규모는 500억달러(70조원) 규모로 미국처럼 크게 발전되지 않았고 이번에 승인을 받은 자산운용사들의 자금 운용규모가 글로벌 대형 운용사에 비해 작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로 중국 본토 자금이 유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 본토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장려하되 가상자산 투자는 금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홍콩에서 개인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가 허용돼 중국 본토자금도 유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추측에만 그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가 현물 환매 방식을 채택해 미국의 ETF와 차별점을 두는 식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 연구원은 “ETF 주식을 현금으로만 교환하는 현금 상환 프로세스와 달리 (홍콩에서는) ETF 주식에 대한 자산(비트코인)을 직접 교환할 수 있다”며 “현금 상환에 비해 현물 상환은 세금 효율성이 높고 거래비용이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20~30% 수준으로 추정한 연 100억~200억달러(14조∼28조원) 자금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음달 23일 예정된 미국의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여부도 시장의 관심사다. 홍콩이 한발 앞서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지만 미국의 승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혜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5월 이더리움 현물 ETF가 상장 승인될 확률을 18%로 낮게 보고 있다”며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신청을 승인한 운용사에 신청서 관련 피드백을 주고 이를 반영해 수정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SEC가 이더리움을 비트코인과 달리 증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공식입장도 발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