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잔류하되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던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국민의힘 당권을 거머쥘 인물로 가장 적합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총선 패배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밀어낸 유 전 의원의 적합도 1위 결과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층의 영향이 큰 대목도 특이점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14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총 10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국민의힘을 누가 이끌어가는 게 좋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6.3%가 유 전 의원을 선택했다. 이어 한 전 비대위원장이 20.3%, 안철수 경기 성남 분당갑 당선인(11.6%),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11.1%) 등 순이었다.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권영세 서울 용산 당선인은 1.9%에 그쳤다.
유 전 의원은 30대에서 27.4%를 차지했고, 40대와 50대에서도 각각 32.1%와 39.2%로 나타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만, 60대와 70대 이상에서는 각각 29.9%와 28.4%로 조사된 한 전 비대위원장이 같은 연령대에서 23.8%와 14.3%를 차지한 유 전 의원을 밀어내고 적합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40.0%가 유 전 의원을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쥘 인물로 적합하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은 안 당선인(11.2%)보다 낮은 6.6%다. 조국혁신당 지지층에서도 44.6%가 유 전 의원을 가장 많이 지목했으며, 한 전 비대위원장은 4.9%로 민주당 지지층 응답과 비슷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적합하다는 응답자가 44.7%로 나와 ‘아직은 한동훈’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유 전 의원이라는 응답자는 5.1%다.
보고서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이끌어가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44.7%로 압도적”이라며 “전체적으로 가장 높은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이 전체 응답자에서 높게 나타난 것은 민주당 지지층과 조국혁신당 지지층에서 많이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8%로 집계됐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층의 유 전 의원 지지세가 강한 데는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그가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비판 목소리를 내 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지난 1일 대전에서 같은 당 이상민 대전 유성을 후보 지원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갖고 집권했는데, 김건희 여사·이종섭 대사·채상병 관련 일들로 ‘내로남불’ 프레임에 걸렸다”며 주장하고, 당 지도부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전면 부각에 “이번 선거에서 끝까지 그런 슬로건을 가져가면 (열세인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라고 우려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9일에도 서울 성북구 후보 지원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국민을 대하는 자세든 모든 것을 다 바꾸어 가야 한다”는 말로 윤 대통령의 반성을 주문해 이장우 대전시장에게 ‘분열주의자’라는 말과 함께 “그런 사람은 정치계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