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류옥하다씨가 밝힌 전공의 심경…“‘의마스’라 욕 들으며 절망”

전공의 150인 서면 및 대면 인터뷰 정성 조사
“공론화 특위는 긍정적이지만 시점은 부적절”

“국민이 던지는 돌이 너무 아프다. 내가 치료한 환자가 ‘의주빈’(N번방 사건 성범죄자 조주빈에 의사를 빗대 조어), ‘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의사를 빗댄 조어)라고 욕을 한다. 살인자도 이런 심한 욕은 안 들을 것 같다.”

 

레지던트 4년 차 전공의 A씨의 심경이다. 의정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환자와 의자 간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을 우려하는 전공의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가 16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들의 심경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16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전공의 150인에 대한 서면 및 대면 인터뷰 정성조사 결과 발표’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류옥씨는 인턴, 레지던트 등 총 20명의 전공의를 서면 및 인터뷰한 내용을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진행됐고, 총 150명이 참여해 그중 20명을 추린 것이다.

 

류욕씨는 본인이 인터뷰한 A씨의 생각을 전달하며 “사직한 전공의들은 ‘분노에서 절망으로 바뀌었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의사를 악마화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며 “생명을 살려놓은 환자한테 의마스라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밤에 술 마시고 싶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류옥씨는 ”전공의 말년 차 분들은 4년을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라고 남겠다는 분들이 있지만, 2년 차나 1년 차 분들은 미련 없이 떠나는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조사에서 레지던트 3년 차 B씨는 현재의 수련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교육과 무관하게 과도하게 일하며 자신의 건강을 망친 채 졸국하는 수련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2022년 대한전공의협의회 실태 조사에서 따르면 전공의들의 주간 평균 근로 시간은 77.7시간이었고, 100시간 이상 근무자는 25%를 차지했다.

 

류옥씨는 지금의 의정 갈등이 다음 정권에서도 반복될 것이라는 비관이 팽배하다고 밝혔다. 인턴 C씨는 “이번 의료 개악과 같은 일이 다음 정권에서도 반복될 것이라 본다”며 “정권마다 의사를 악마화 할 것이고 국민은 함께 돌을 던질 것이기 때문에 전공의 수련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레지던트 1년 차 D씨는 “정부, 언론, 여론, 어디를 보아도 희망이 없다”며 “이 일이 마무리된다 해도 과연 의사에 대한 인식과 전공의 수련 환경이 좋아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고 했다.

 

류옥씨는 사직한 전공의 절반은 복귀할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다만 38개월이라는 군의관 복무 기간을 현실화하는 것 등이 전제라고 했다. 이어 “의대생들이 현역병으로 입대하지 않는 이유는 혼자 동떨어지는 데 대한 걱정인데, 너도나도 현역병으로 가는 분위기가 현실화되면 군의관 자원 문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을 원점 재논의해달라는 목소리도 냈다. 류옥씨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을 뿐 93%의 의사들은 병원을 지키고 있다”며 “‘환자를 버리고, 목숨을 담보로’ 이런 프레임을 끊임없이 씌우는데 어떤 의사가 그런단 말이냐”고 했다. 이어 “더는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가 환자 의사 관계가 회복 불능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의대 증원을 원점 재논의해달라”고 강조했다.

 

류욕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정 갈등 해법으로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제안한 데 관해서는 긍정 평가했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성이 된다고 해도 전공의 목소리가 얼마나 들어갈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끊임없이 합의가 깨져왔고 휴짓조각이 됐다”고 했다. 이어 “공론화하자는 점은 긍정적이나 지금 당장 시점이 적절하진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