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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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따라 달라지는 세월호 추모 [현장메모]

“국민안전의날 행사와 세월호 10주기 모두 중요한 행사로, 장차관이 역할을 분담한 것.”

 

‘세월호 10주기 기억식’ 행사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불참하는 이유를 묻자 교육부가 내놓은 답변이다. 16일 경기 안산에서 세월호 기억식이 열리던 시간, 이 부총리는 세종시에 있었다. 행정안전부 주관 ‘국민안전의날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희생자 대부분이 학생인 세월호는 교육부와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앞서 모든 교육부 장관이 기억식에 참석한 이유다. 박근혜정부의 교육부 장관이었던 이준식 부총리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기억식에 불참했으나 2016년엔 참석했고, 2017년에도 별도의 추모식을 열고 추도사도 발표했다. 이후 문재인정부에선 교육부 장관이 매년 참석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 부총리는 기억식에 가지 않고 추도사도 내지 않았다. 당시 교육부는 국민안전의날 행사 참석을 이유로 들었다. 두 행사 모두 참석하기엔 교통 여건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두 행사장의 거리는 124㎞로, 차로 이동하면 약 2시간이 걸린다. 행사 간격은 3시간30분이었다. 물리적인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리는 올해에도 국민안전의날 행사를 이유로 기억식에 가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총리 대회사, 안전실천 선서, 국민안전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되고 30분 만에 끝났다. 교육부 장관이 꼭 참석해야 하는 행사로 보이지 않을뿐더러, 애초에 국민안전의날 행사 자체가 세월호를 계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올해 기억식은 10주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한데도 타 부처 행사를 챙기느라 기억식에 빠졌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관은 상징적인 자리다. 장관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가 곧 메시지라는 점을 이 부총리가 몰랐을 리 없다. 교육부 장관이 늘 가던 행사에 정권이 바뀌었다고 발걸음을 끊은 것은 정치적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 부총리는 이날 약 200자 분량의 짤막한 추도사를 내놨다. 추도사에 쓴 대로 ‘안타까운 희생을 기억하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세월호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