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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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친 폭행·스토킹에 숨진 20대 여성들…얼마나 억울했으면 딸 얼굴도 공개해

피해 유족 측 억울함 호소
사진=JTBC 방송화면 갈무리

 

한국은 비교적 치안이 좋은 나라로 손꼽힌다. 하지만 우리사회 이면에서는 각종 범죄가 기승하는 한편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등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이 존재한다.

 

20대 여성들의 데이트 폭력, 스토킹 등으로 인한 사망 사건은 최근 거제와 부산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 여성이 사귀던 남성에게 이별을 통보한 게 원인이 됐다.

 

피해자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강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한다.

 

먼저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사건은 데이트 폭력이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17일 경남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서는 전날인 16일 전 여자 친구 이효정 씨(19)를 폭행한 혐의로 전 남자친구 김 모 씨(19)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쯤 이 씨의 주거지인 경남 거제의 한 원룸에 무단 침입해 이 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이 씨가 자신을 만나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씨의 자취방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무단으로 들어가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전치 6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0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숨졌다.

 

김 씨의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은 이 씨 가족으로부터 이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1일 김 씨를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검찰은 '1차 부검 결과 폭행과 사망 사이 직접 연관성이 없고, 폭행 사건 발생 후 상당한 기간이 소요돼 피의자가 도망갈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긴급체포를 불허해 김 씨는 풀려났다.

 

이에 유족은 이 씨의 사진을 공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폭행의 흔적이 선명한 딸의 시신 앞에서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장례 절차를 중단했다.

 

이 씨의 부모는 “입관식 때 봤는데 한쪽 눈이 다 안 감겼다. 내가 아무리 감겨주려고 해도 안 되더라”며 눈물을 쏟았다.

 

경찰은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을 받아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결과가 나오려면 최대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그만큼 유족의 고통도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도 데이트 폭력을 호소하던 20대 여성이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여성 A씨는 지난 1월 7일 오전 2시30분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9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검찰에 따르면 남자친구 B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당시 교제 중이던 A씨를 수차례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12월9일 A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A씨의 주거지에 찾아가 약 17시간동안 현관문을 두드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스토킹 혐의도 같이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B씨에게 이별을 통보한 후 지난 1월7일 오전 2시30분쯤 오피스텔에서 추락해 숨졌는데, 당시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 역시 B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수사기관에 A씨가 추락하기 전 자신과의 다툼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유족은 이런 B씨의 엄벌을 촉구하며 탄원 동의를 호소했다.

 

유족과 법률대리인 YK는 17일 입장문을 통해 “단순 자살로 종결될 뻔한 사건이 공론화한 뒤 오는 5월 1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첫 공판기일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은 “전 남친(B씨)이 피해자에 일삼았던 지속적인 폭행 및 자살종용, 협박, 스토킹, 주거침입, 퇴거불응, 재물 손괴등의 모든 직접적인 가해로 인해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렀다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 측은 현재까지도 반성의 기미나 사과한마디 조차 없는 상태”라며 “차고 넘치는 충분한 증거들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은 식음을 전폐한 채 매일 눈물과 한숨으로 깊은 절망 가운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그런데도 가해자는 수사 중에도 멀쩡히 SNS를 하고 기사를 접하고 있다. 가해자의 누나는 평범한 일상을 살며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족은 “제발 관심 부탁드린다”며 “스토킹은 중대한 범죄이며 재발의 위험성 또한 매우 높다고 한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처벌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