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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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랄빛’ 잃어버린 산호군락…호주서 사상 최악 ‘백화 현상’

해수온 상승 영향… “지난여름보다 넓고 심각”

세계 최대 산호 군락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에서 사상 최악의 백화 현상이 확인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도 상승 영향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해양공원 관리청(GBRMPA)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항공 조사 결과 전체 산호의 73%에서 백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백화 현상은 산호가 하얀 골격을 드러내는 것으로, 산호에 색상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작은 조류(藻類)가 수온 상승으로 떠나거나 죽으면 나타난다. 보통 산호 덮개의 10% 이상이 표백될 경우 백화현상으로 규정한다.

최근 대규모 백화 현상 피해를 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산호의 모습. 호주 기후위원회 제공

또 전체 산호의 39%에서 산호 덮개의 61% 이상이 표백되는 매우 높은 수준의 백화 현상이 나타났다.

 

GMRMPA는 “이번 여름에 발생한 백화 현상은 지난 여름보다 더 넓고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 지역 산호들이 기록상 가장 강력한 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백화현상이 일어나도 산호는 일정 기간 생존하지만 지속하면 성장이 더뎌지고 질병에 취약해져 결국 폐사하게 된다. 대량 폐사 전에 수온이 내려가야 수생 생물들이 돌아와 산호들이 살아날 수 있다.

 

GBRMPA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지난 8년 동안 5번의 대규모 백화 현상이 나타났지만, 시간이 지나 수온이 정상화되면 산호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회복되기를 기대했다.

 

로저 비든 GMRMPA 수석 연구원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놀라운 생태계이며 몇번이고 백화 현상 뒤 회복되는 회복력을 보여줬다”면서도 “이번 여름은 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약 3000개의 개별 산호초로 구성된 세계 최대 산호 군락지로 600여 종의 산호와 1600여종의 어종이 사는 다양한 생태계를 꾸리고 있다. 퀸즐랜드주 해안을 따라 2300㎞ 길이로 퍼져 있으며 면적만 34만8000㎢에 달해 이탈리아 국토 면적보다 넓다. 1981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 하지만 해수 온도 상승으로 산호도 급감하고 있어 유네스코는 몇 년 전부터 ‘위기에 처한 유산’ 목록에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호주 정부도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하고 있지만, 유네스코는 올해 말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위기에 처한 유산’ 목록에 올릴지 재검토할 계획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