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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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미얀마인 눈에 비친 한국의 술 문화

술은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음식이다. 그러다 보니 나라마다 술의 종류와 술을 마시는 문화도 매우 다양하다. 미얀마는 술을 야자나 쌀로 만들고, 술을 마시는 문화는 불교의 교리에 따라 정교한 규범 안에서 조절된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술을 금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예를 들어 나는 술자리를 피하고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주위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미얀마의 여성 술 금기 문화는 이슬람 문화권만큼 엄격하지는 않다. 특히 요즘 미얀마 도시에서는 술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고 술을 마시는 여성들도 점점 늘고 있다.

미얀마 토박이로 살아온 나는 유학이라는 꿈을 펼치기 위해 24살 나이에 한국에 처음 왔다. 술을 피하면 ‘착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불교 문화권에서 자랐기에 한국의 술 문화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첫 방학 때 한국 회사에서 인턴할 때가 생각난다. 미얀마에서 한국어를 배울 때부터 한국 술 문화에 대해서는 조금 배웠지만, 이 문화를 실제로 경험한 것은 한국의 한 회사에서 인턴할 때가 처음이었다. 회사 부장님이 나에게 술을 따라 주고 한잔하라고 했을 때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거절했다. 그러자 부장님은 언짢아하셨고 한순간에 모든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미얀마에서 술을 안 마셨구나” 하면서 쉽게 넘어갈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부장님은 “술을 왜 안 마시냐”고 계속 물어보면서 술을 권했다. 끝내 거절하였고 회식은 어색한 분위기로 끝났다. 그 뒤에도 회식 자리가 여러 번 있었고, 매번 술로 인해 같은 불편함을 느꼈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이런 불편함은 학교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친한 교수님 한 분은 어른이 준 술을 거절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예의가 아니라고 훈계 반 꾸중 반 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술, 담배, 마약 등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모든 것은 피해야 하고 술 취한 사람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국에서는 밤에 술 취하고 갈지자로 걷는 사람이 많고, 길이나 지하철 안에 쓰러져 잠든 여성도 있다는 것,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대리운전을 계속 선전해 대는 것, 술에 취한 상태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형을 줄여주는 것이었다. 미얀마에서는 술 취한 사람을 보면 멀리 도망가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형량은 두 배로 올라간다.

한국에 산 지 몇 년 지나면서 한국 술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술 문화는 한국인들의 사교적인 모임과 연결되어 있고, 술자리는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의 일부분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술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따라서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 나는 문화적인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면서도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