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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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한국시장 다 떠난다” 금투세 폐지 청원 5만 돌파…공은 국회 기재위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금투세 폐지 촉구’ 청원…지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로 회부
尹 대통령, 지난 1월2일 ‘금투세 폐지’ 발표…정부와 여당도 발맞춰
‘나와 상관없다’는 일부의 금투세 찬성에는…투자자들 ‘근시안적’ 반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선 후보 시절 유튜브 ‘삼프로TV’에서 ‘코스피 5000’ 자신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서명 목표 인원 5만명을 달성해 국회 소관부처인 기획재정위원회로 지난 18일 넘겨졌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페이지 캡처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여당 패배로 ‘역동적 사다리’를 내걸며 국민 자산 축적 기회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정책의 무력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동의청원이 서명 목표 인원을 달성해 국회 소관부처인 기획재정위원회로 넘겨졌다.

 

1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지난 9일 올라온 ‘금융투자소득세, 일명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 서명인원이 5만명을 넘기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로 회부됐다. 애초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로 넘겨졌던 청원은 세법 등 연관 사안이라는 판단에 따라 기재위로 이날 다시 옮겨졌다.

 

국민동의청원은 홈페이지 등록 후 30일 안에 100명 이내 찬성을 받으면, 그날로부터 1주일 안에 청원 요건 검토 등을 거쳐 적합할 경우 국민동의청원 페이지에서 공개된다. 공개 후 30일 안에 동의 인원 5만명을 달성하면 국회 관련 위원회에 회부된다. 다만, 관련 위원회 심사를 거쳐 정부나 국회의 처리가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청원만 입법 활동의 배경이 될 수 있으며, 법안 반영이 불가능하거나 타당성이 결여됐다고 판단되는 청원은 폐기된다.

 

청원인은 “금투세는 과세 원칙 중 수평적 공평을 위배하는 위헌적 과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에서 발생하는 투자수익의 경우 법인이나 기관은 소득구간에 따라 10%라는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개인은 20~25%의 세금을 부과해 자본시장 참여자에 따라 차등적 불리함이 적용돼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투세가 도입되면 한국자본시장을 떠나 미국시장이나 해외시장으로 떠날 투자자들이 많이 생긴다”며 “개인투자자들이 한국주식시장을 떠난다면 우량한 기업의 공모를 통한 자본조달이나 유상증자 등 모든 자본조달 기능이 떨어져 결국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전체적인 주가하락을 가져올 거라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2일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축사에서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를 상대로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금투세 시행 유예가 아닌 폐지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 기업이 많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됐다”면서 “임기 중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400만명을 돌파한 국내 증시의 개인 투자자 규모를 언급하면서는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라며 “국민의 자산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라고도 윤 대통령은 표현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오를 수 있는 역동적인 기회의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라며, 윤 대통령은 계층 고착화를 막고 사회 역동성을 끌어올리려면 금융투자 분야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첨단산업 기술이 자금을 쉽게 조달하고 능력 있는 청년들이 돈을 벌며, 기업의 주인인 국민이 배당으로 성과를 공유할 때 역동적인 계층 이동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 발표에 정부도 같은 입장의 공식화로 발을 맞췄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며, 대통령실과 기재부의 사전 협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애초 지난해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일자 국회가 지난해 금투세 시행을 2023년에서 2025년으로 2년간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발표가 나왔다.

 

기재위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월 모든 상장주식에 과세하는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투세 도입 없이 기존의 양도소득세 체계 유지가 골자다.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 체계는 상장주식을 거래해 양도차익이 발생해도 보유 주식의 지분율(코스피 1%·코스닥 2%) 또는 시가총액(종목당 50억원)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주주가 아니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2021년 12월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대표가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영상 캡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금투세 폐지 방침 등 감세안에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용 감세 남발이 점입가경”이라며 날을 세웠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예산과 국가 미래를 위한 R&D(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 자산가를 위한 감세를 외치는 정부는 조세 정책의 기본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금투세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일찌감치 논의해온 금융권에서는 금투세 도입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과세부담 여부와 관계없이 부담 가능성만으로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금투세로 인해 세후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증시 거래 자체가 크게 위축될 거라는 우려다. 무엇보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일반화된 지금에서 더 나아가 국내 주식의 매력도가 해외보다 떨어질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와 함께 세금납부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납세협력비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반응도 보였다고 한다.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게 더 혜택을 주고 세제로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공제기준이나 세율의 추가 조정을 희망하는 등 금투세제의 세부 내용에 관한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5000만원 이상 수익이 현재 발생하지 않으므로 자신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금투세 찬성 입장에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근시안적’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비과세 수익의 기준을 법 개정으로 더 낮출 수도 있고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유출로 전체적인 시장 하락도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주식시장의 붕괴가 실물경제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 후보이던 2021년 금융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차기 대통령 임기 동안 충분히 ‘코스피(KOSPI) 지수 5000’을 달성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당시 유튜브에서 이 대표는 ‘투자자들이 왜 국내시장을 떠날까’라는 질문에 “추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제일 큰 이유는 투명성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속된 말로 언제 뒤통수 맞을지 모르고, 대주주가 언제 장난을 칠지 모른다”면서 미국 시장 안정성을 들어 국내 주식시장의 투명성·공정성 강화와 산업구조 재편의 필요성을 꺼내 든 후, “우리 주식시장은 너무 저평가됐다”고 진단했다.

 

재정·경제정책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기능을 수행하는 기재위의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대구 서구 당선으로 ‘4선 고지’에 오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