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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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아파트 개발 속도 내는데… 건설업계는 ‘시큰둥’

용산 한남 5구역 등 6건 건축심의 통과
잠실주공5단지 ‘최대 70층’까지 규제 완화
서울시, 노후주거지 재단장 승인 잇따라

높아진 PF금리에 공사비 인상까지 겹쳐
사업성 담보 못해 시공사 참여는 ‘물음표’
제반비용 市·조합 갈등도… 개발 난항 예상

서울 한강변 ‘노른자위’ 입지 노후 주거단지를 재단장하는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고, 일부 구역은 층고 제한 규제까지 과감하게 해제하는 등의 방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이런 당국과 재건축·재개발 조합 측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달리 건설업계 반응이 뜨뜻미지근해 주목된다. 개발만 되면 수익이 보장되던 기존 한강변 개발과 올해 상황이 딴판이라서다. 고금리 장기화로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와 공사비 인상까지 겹치며 건축 자체의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진 탓이다. 게다가 높은 분담금과 기부채납 등의 제반 비용을 두고 조합과 서울시 측 갈등까지 빚어지며 실제 개발은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경

◆한남·잠실 등 핵심 한강변 개발 가능해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한강 주변 노후주거지 재개발·재건축 사업 승인을 연달아 내며 한강 주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제8차 건축위원회를 열고 ‘한남5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 등 총 6건의 건축심의를 통과시켰다. 이 중 용산구 한남5구역은 지하 6층~지상 23층 규모로 공동주택 56개동, 2592가구(공공 390가구, 분양 2202가구)로 지어지며 부대복리시설과 판매시설, 오피스텔 1개동(146호실),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선다.

지난 3일에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최대 70층’까지 층고 규제를 완화해 심의를 통과했다. 1978년 준공된 잠실주공5단지는 현재 30개동 3930가구로 이뤄졌으며 재건축 이후에는 28개동 6491가구(공공 618가구, 분양 1836가구)가 된다. 잠실역 인근 복합시설 용지의 용도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로 상향한 데 따른 것이다. 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에서 49층으로, 준주거 복합용지는 50층에서 70층으로 높이 규제가 완화된다.

이외에도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사업지로 지정되면서 재건축이 확정됐고,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강남구 압구정3구역 등의 개발 사업도 가시권에 들었다.

 

◆건설공사비지수 3년 전보다 24%↑

규제 완화 등으로 사업 초석은 놓였지만, 시공사가 과연 해당 사업에 뛰어들지에 대한 답은 ‘물음표’다. 건설사가 재개발·재건축에 참여하는 이유는 ‘사업성’이다. 아파트를 짓고 분양을 끝냈을 때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있어야만 하는데 최근 급격히 오른 공사비가 이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게 현장의 정설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공사비원가관리센터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전체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잠정)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월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2022년 2월 142.38 대비 8.7%, 2021년 2월의 124.84과 비교하면 24%나 올랐다.

인건비도 상승세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91개 일반공사직종의 평균임금은 25만8359원으로, 지난해 동기(24만4456원)보다 5.6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의 상징인 한강변 고층 아파트라는 점이 오히려 사업성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물이 높아질수록 지반 공사가 튼튼해야 하고, 특히 강변은 지반이 약해 바닥 기초를 다지는 데 비용이 급격히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교수(부동산학)는 “조합은 물론이고 건설사들도 아직 한강변 바닥 공사에 얼마가 들어갈지 구체적인 계산이 안 나왔을 것”이라며 “특히 잠실5단지같이 70층을 넘어서는 경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뛸 텐데 지금같이 공사비가 오른 상황에서 건설사가 쉽사리 시공을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행사 임의대로 분양가를 정할 수 없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현재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곳 상당수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다. 이에 따라 최대 분양 가격은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올라간 건축비를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신속통합기획 등의 경우는 사업 주도권을 서울시에 내줘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정비계획에 기부채납 등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 만큼 사업성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사업 득실을 따지는 과정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사업 철회를 고려하기도 한다.

진희선 연세대 교수(도시공학)는 “공사비가 너무 급격히 올라 조합 측이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둔촌주공 사태를 겪으며 갈등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시간이 지나며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 교수는 “한강벨트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서민보다는 잘사는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니 신속통합기획, 규제 완화 등 서울시의 개입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