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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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연 “유연근무제 활성화 땐 여성고용·저출생 문제 해결 도움”

여정연 세미나 연구결과 발표

“네덜란드·스웨덴·아일랜드 등
女 재택근무 많이 할수록 출산율 ↑
육아휴직, 고용창출 별 영향 없어
정부, 제도 보편화 위한 지원 필요”

높은 여성고용률과 높은 출생률은 양립이 가능할까. 한국에서 여성고용률과 출생률은 통상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여성고용률이 상승하면 합계출산율은 하락하는 식이다. 독박육아 등 여성이 가족 돌봄을 책임지는 사회구조 속에서 ‘일하는 여성’은 출산을 기피하고, 일하는 여성이 늘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은 18일 개원 41주년 기념 ‘유연한 근무를 ‘뉴노멀’로 - 성 격차 해소와 저출생 해결의 열쇠’ 세미나를 열었다.

여성 일자리 지원사업 안내문. 연합뉴스

이날 발표에 나선 정성미 여정연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의 유자녀 여성고용률과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동시에 기록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유연근무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OECD 주요국은 여성의 고용률과 출산율이 부정적 관계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들 국가는 대체로 유연근무제 활용률이 높고 일·가정이 양립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아일랜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 여성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유연근무제 시행 기업의 여성고용률이 미시행 기업보다 높았다. 정 연구위원이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 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연근무제 시행 기업의 여성취업자 비율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4.7% 증가했다. 중소기업만 놓고 보면 6.8%로 증가율이 더 높다. 반면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여성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중소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저조한 게 현실이다. 노동연구원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업체의 근로조건 비교’에 따르면 2019년 선택적 근무 시간제와 탄력적 근로 시간제를 도입한 기업의 비율은 각각 6.1%, 7.2%였는데 2021년에 9.7%, 13.4%로 올랐다. 대기업이 9.6%, 11.4%에서 17.9%, 22.5%로 훌쩍 뛴 영향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4.6%, 5.4%에서 각각 6.9%, 9.2%로 오르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에서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보편적으로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다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지금보다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