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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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 간병할 사람 없는데”…가족돌봄휴직 얼마나 가능한가요 [슬직생]

연간 최장 90일 가능…나눠 쓸 수도 있어
사업체 10곳 중 4곳은 “휴직 제도 모른다”
#직장인 6년 차 A씨는 지난 주말 아내와 대학병원에 다녀왔다. 평소 기침과 가래를 달고 사는 아내 건강이 걱정돼 호흡기내과에서 흉부 CT 등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를 기다리다가 문득 ‘아내가 폐렴이나 폐암이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A씨 말고는 아내를 간병할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도 없어 더 걱정이 컸다.

 

배우자나 부모, 조부모, 자녀 또는 손자녀 등 가족이 질병이나 사고를 당한 경우나 노령, 자녀 양육을 이유로 가족을 돌보기 위해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를 가족돌봄휴가라고 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가족돌봄휴가(무급)를 근로자가 신청하면 이를 사업주가 허용하도록 명시했다. 휴가 기간은 연간 최장 10일이다. 다만 감염병의 확산 등으로 심각 단계의 재난 위기경보가 발령되거나, 이에 준하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경우 연간 10일(한부모 근로자는 15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약 더 긴 기간 가족을 돌볼 필요가 있다면 휴직(무급)도 가능하다. 기간은 연간 최장 90일로, 연간 90일이기 때문에 올해 90일을 쓴 뒤 내년에 90일을 또 쓰는 것도 가능하다. 1인 이상 사업장이면 가족돌봄휴가와 휴직 모두 적용된다.

 

90일을 나누어 사용할 수도 있다. 나누어 사용하는 경우 1회 기간은 30일 이상이 돼야 한다. 기존에 가족돌봄휴가를 썼다면, 가족돌봄휴직 기간에 포함된다.

 

가족돌봄휴직을 사용하면, 휴직 기간은 근속 기간에 포함되는 걸까? 그렇다. 휴직을 해도 근속 기간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다만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서는 제외된다. 

 

가족돌봄휴직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돌봄휴직 개시 예정일의 전날까지 해당 사업에서 계속 근로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근로자인 경우,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 외에도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부모, 자녀, 배우자 등이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경우다. 조부모 또는 손자녀를 돌보기 위해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 경우도 조부모의 직계비속 또는 손자녀의 직계존속이 돌볼 수 있다면 허용되지 않는다.

 

사업주가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도 따로 있다. 직업 안정기관에 구인 신청을 하고 14일 이상 대체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대체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경우, 근로자의 가족돌봄휴직으로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는 경우다. 사업주가 이를 증명한다면 휴직을 반려할 수 있다. 반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사업주가 가족돌봄휴직 신청을 받고 허용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도 기업 현장에서는 제도를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10곳 중 4곳꼴인 39.9%는 가족돌봄휴직제도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잘 알고 있다’는 22.9%,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23.0%, ‘들어본 적 있다’ 14.9%로 나타났다.

 

가족돌봄휴직제도를 인지하고 있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제도의 사용 가능 여부를 질문한 결과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 불가능하다’는 응답은 20.0%를 차지했다. ‘필요한 사람은 모두 사용 가능’은 55.6%, ‘필요한 사람 중 일부 사용 가능’은 24.4%였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