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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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이은해, 피해자 남편과 결혼 무효됐다

혼인무효 확인 소송서 윤모씨 유족 승소
法 “참다운 부부 관계 설정 바라는 의사 없어”

남편을 계곡에 뛰어내리도록 강요해 숨지게 한 이른바 ‘계곡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33)와 피해자 윤모씨(사망 당시 39세)의 결혼이 9년 만에 무효가 됐다.

 

인천가정법원 가사3단독 전경욱 판사는 19일 윤씨 유족이 이씨를 상대로 청구한 혼인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법률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상태가 된다.

 

‘계곡 살인 사건’ 피고인 이은해(33·왼쪽)와 피해자 윤모씨.

윤씨 유족은 2022년 5월 “고인이 저승에서라도 평화를 되찾게 하고 싶다”며 법원에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실제 결혼 생활을 할 의사가 없었던 이씨가 오로지 재산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윤씨와 결혼했다는 주장이다. 민법 815조는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를 무효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씨에게 ‘참다운 부부 관계’를 바라는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2011년 무렵 교제를 시작한 뒤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가족 간 상견례와 국내 결혼식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씨는 결혼 후에도 윤씨와 한 번도 함께 살지 않았고 혼인 기간 내내 다른 남성과 동거했다. 스스로 윤씨와 혼인을 ‘가짜 결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와 동거하던 남성들은 이씨가 윤씨와 결혼한 상태인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는 “윤씨는 이씨에 대해 2000만원 있으면 나와 살아줄 사람, 장례식 때 안 올 것 같은 사람, 연인보다는 멀고 썸타는 사이보다는 가까운 사람이라고 인식했다”며 “두 사람은 경제적으로 공동생활을 이어갔다기보다 이씨가 윤씨를 일방적으로 착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씨에게만 참다운 부부 관계 설정을 바라는 의사가 있었고 이씨에게는 그런 의사가 없었다”며 “혼인신고를 통해 법률상 부부가 됐다고 해도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2019년 6월 8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내연 관계인 조현수(33)와 공모해 수영을 못하는 윤씨를 계곡에 빠뜨려 사망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과 대법원 모두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통한 직접 살인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윤씨가 물에 빠진 뒤 구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숨지게 한 점으로 미뤄 간접 살인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 씨에게 복어 피를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서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은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이씨와 조씨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확정했다.


인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