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장시간 머물며 공부나 일 처리를 하는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카페 업주와 고객 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
최근 한 손님이 커피 1잔을 시킨 채 3시간 동안 머물다 카페 맞은편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돌아온 사례도 있었다. 카페 주인이 해당 손님에게 재주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실랑이 끝에 결국 환불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 측은 "카공족은 수가 늘어도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매출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도 "괜히 건드렸다가 각종 커뮤니티나 SNS 등에 글이 올라가면 괜한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 지켜만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고객이 좌석에 모니터를 설치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화제 아닌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그가 올린 사진에는 한 고객이 두 좌석을 차지해 모니터와 노트북 등을 올려둔 모습이 담겼다.
고객은 한 테이블에 얼굴을 가릴 정도의 모니터를 설치했으며, 옆 테이블에는 거치대를 설치해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뒀다. 테이블 위에는 충전기와 케이블 등으로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으며, 멀티탭과 키보드도 있었다.
◆냉·난방비, 전기요금 잇따라 인상…점주-카공족 ‘갈등의 골’ 깊어져
우선 카페 점주들의 입장은 어떨까.
한국외식산업연구원 2019년 연구에 따르면 4100원짜리 커피 1잔을 구매한 손님의 손익분기점은 1시간42분으로 집계됐다. 비(非)프랜차이즈 카페 평균 매출 기준 ▲8개 테이블 ▲테이크아웃 비율 29% ▲하루 12시간 영업 등의 조건을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이처럼 아메리카노 1잔을 구입한 손님이 2시간 이상 머물면 카페 입장에선 손해이지만, 공부나 일을 하는 이들은 그 이상 머무는 경우가 많다.
카공족을 향한 다른 손님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카공족 모두를 민폐로 모는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페에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체적으로 주문을 더 하는 경우도 있다.
커피 업계에서 적자를 피하려면 테이블당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1시간 42분 이하여야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특히 최근 냉·난방비, 전기요금 등도 잇따라 인상되면서 카페와 카공족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카공족을 내쫓는 방법이 공유될 정도다. 노트북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안내 문구를 붙이거나, 아예 콘센트와 와이파이를 차단하는 방법, 공부에 방해되는 시끄러운 음악을 계속 틀어놓는 방법 등이 공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 좌석 수가 적은 카페의 경우 회전율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며 "작은 매장에서 한 고객이 장시간 자리를 차지한다면 다른 고객이 이용할 수 없게되니 이용시간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공족 “그래도 카페 포기 못해”…왜?
그럼에도 카공족들이 카페를 계속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최근 Z세대 취업준비생 1989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 장소’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 이상인 63%가 ‘카페’에서 공부한다고 응답했다.
‘집’이 16%, ‘도서관’이 15%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카페를 찾는 이유로 ‘적당한 소음이 있어 정숙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공간보다 집중이 잘 된다’ 등의 이유를 언급했다.
카페에서 집중이 잘 되는 것은 ‘백색소음’ 덕분이라는 일부 연구 결과도 있다.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팀이 건강에 문제가 없는 성인 참가자 80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단어 20개를 학습하는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백색소음이 들리는 폐쇄형 헤드폰을 착용하고 실험에 응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단어 기억력이 더 뛰어난 경향을 보였다.
다만 이 역시 개인 차가 심해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무조건 단정 지을 순 없다는 반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