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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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후루는 이제 그만’ 이정후, 빅리그 2호 홈런 때려내며 샌프란시스코 승리 견인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26)의 공식 별명은 ‘바람의 손자’다. 아버지인 이종범 전 LG 코치의 현역 시절 별명이 ‘바람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때 현지 언론도 이정후를 ‘Grandson of the Wind’라고 소개할 정도다.

 

사진=AFP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후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은 이정후의 활약상을 보며 또 다른 별명을 하나 지었다. ‘땅후루’. 음식 탕후루에 ‘땅볼’을 넣은 신조어로 이정후가 유독 땅볼을 많이 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이정후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메이저리그 19경기를 소화하며 때려낸 타구들의 평균 발사각도가 5.7도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평균인 12.1도에 훨씬 못 미친다. 발사각이 낮다보니 자연히 땅볼이 많이 나온다. 전체 타구의 절반을 조금 넘는 50.7%가 땅볼 타구였다. 땅볼 타구는 기대 타율은 플라이볼에 비해 높지만, 홈런은 절대 나올 수 없고 장타 생산에도 불리하다.

 

그랬던 이정후가 21일 시즌 2호 홈런포를 터뜨리며 땅볼이 많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정후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 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1회 선두타자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맹타에 힘입어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82에서 0.289로 올랐고, OPS도 홈런과 2루타가 더해지면서 0.672에서 0.728로 대폭 올랐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첫 타석부터 시원하게 돌았다. 샌프란시스코가 0-1로 뒤진 1회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애리조나의 에이스인 우완 잭 갤런의 2구째 약 149km(92.8마일) 포심 패스트볼이 높게 제구되자 이를 벼락같이 잡아당겼다. 타구는 시속 158km의 속도로 111m를 날아가 오라클 파크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을 때려낸 이래 21일 만에 터진 빅리그 두 번째 홈런이었다.

 

사진=AP연합뉴스

이 홈런을 통해 이정후는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11경로 늘렸다. 이는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데뷔 시즌 최다 연속 경기 안타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5년 강정호(당시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2016년 김현수(당시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기록했던 10경기 연속 안타다.

 

첫 타석 홈런 후 2루 땅볼, 중견수 직선타, 2루 땅볼에 그치며 안타를 생산해내지 못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5-3으로 앞선 8회 다시 한 번 손맛을 봤다. 1사 2루에서 애리조나 구원 투수 미겔 카스트로의 변화구를 5개 연속 파울로 걷어내더니 볼 카운트 2B-2S에서 9구째 바깥쪽에 걸친 체인지업을 결대로 밀어쳤다. 타구는 3루수 옆을 관통하며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고, 이정후는 2루에 여유있게 들어가며 2루타가 됐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볼을 좀처럼 놓치지 않는 이정후의 정확한 눈과 정교한 스윙이 만들어낸 안타였다.

 

사진=AFP연합뉴스

이날 2타점을 수확한 이정후는 시즌 타점을 7개로 늘렸다. 이정후는 후속 마이클 콘포토의 우전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왔다. 이정후의 맹활약을 앞세워 샌프란시스코는 7-3으로 이겼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