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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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공짜주차’ 롤스로이스, 처벌할 수 있을까 [법잇슈]

아파트 무단주차 형사 처벌될 수도
LH “무단주차 차량 즉각 조치 건의”

경기도 파주의 한 임대아파트 주차장에 수개월째 주차된 고가의 외제차가 입주민의 차량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무단주차에 대한 처벌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에 따르면 논란이 된 고가의 외제차는 한 중고차 딜러(판매사원)가 무단으로 주차해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는 “(무단주차한 딜러가)차단기가 열려 있는 시점을 알아가지고 계속 왔다갔다 한 상황”이라며 “딜러에게 연락했더니 일이 커질줄 몰랐다며 사과하고 바로 출차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억원대로 알려진 롤스로이스 차량이 임대 주택에 주차됐다는 제보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해당 차량은 차량 등록증이 없어 아파트 측에서 주차 위반 스티커를 수차례 부착했지만 출차하지 않았다. 차주를 찾는 과정에서 중고차 매물에 해당 차량 번호가 조회됐고 차주의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중고차 딜러로 알려진 차주는 해당 아파트 주차 차단기에 고장이 잦아 일시적으로 차단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해 주차를 해왔다.

 

경기 파주시 LH 행복주택에 고가의 롤스로이스 차량이 주차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무단주차, ‘건조물침입죄’ 적용될 수도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적용대상(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주차 위반 단속 등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번에 임대아파트 주차장에 외제차를 무단으로 주차해둔 중고차 딜러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타인의 거주지에 허가 없이 주차하고 퇴거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는다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2021년 서울 서초구 한 다세대 주택의 1층 필로티(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쳐 지상층을 개방한 건물) 주차장에 관리인·거주자 등의 허락 없이 1시간 가량 주차한 A씨는 건조물 침입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형법 319조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당시 건물주가 차를 옮겨달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A씨는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에 따로 주차 차단기가 설치돼 있지는 않았다. 해당 사건은 검찰이 당초 A씨를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A씨는 건물 1층 필로티 주차 공간에 잠시 주차했을 뿐, 건물에 침입할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해당 주차장은 형태 및 구조상 건조물의 이용에 제공되고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해서는 안 되는 공간임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한 A씨가 차량 이동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음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건조물 침입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사진=연합뉴스

◆LH, “임대주택 관리체계 강화”

 

LH 측은 입주자 불편 최소화를 위해 임대주택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무단주차 차량을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처럼 발견 초기 차량 주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죄물 손괴죄 우려가 있어 견인 등 즉각적인 강제집행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사유지를 도로교통법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들이 제출돼 있지만, 민간의 질서유지 영역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견도 나오면서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LH는 또한 계약 시 또는 갱신 시점에 사회보장정보시스템으로 재산정보를 조회해서 임대주택 자산 기준에 맞지 않는 입주자는 계약이 불가하거나 갱신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주차 등록 시에도 차량가액을 조회해서 기준가액 초과 시 등록이 불가하다고 전했다. 자산기준은 부동산과 금융자산, 자동차 등을 포함한 세대 총자산이 3억45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자동차는 차량기준가액이 3708만원 이하여야 한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