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4년 만인 지난 20일 오전 다시 도래했다. 당장 비트코인 가격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전 반감기에선 이후 1년 내 급등한 만큼 업계는 이번에도 상승 기대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가격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21일 비트코인 채굴정보 사이트인 BTC스캔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량은 전날 오전 9시9분쯤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기존에는 채굴 보상으로 6.25비트코인(BTC)이 주어졌지만, 84만번째 블록부터는 3.125비트코인이 주어졌다. 약 4년마다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를 맞은 것이다.
컴퓨터로 복잡한 계산을 처리해 발행되는 비트코인은 일정 블록마다 보상(발행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됐다.
반감기 이후에도 비트코인 시세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다. 가상자산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6만502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중동 리스크 확산에 19일 오전 5만9629달러까지 떨어진 비트코인은 이날까지 9.05% 반등했다. 지난 3월 찍은 최고가(7만3750달러)와 비교하면 11.8% 낮은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그간 반감기 이후 1년여만에 급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전 반감기는 2012년 11월27일, 2016년 7월9일, 2020년 5월11일이었다. 2016년 직후에는 큰 변화가 없다가 2017년 12월까지 장중 최대 3000% 상승했고, 2020년 반감기 때도 2021년 말까지 최대 700% 오른 바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제기된다. 기관투자자가 많이 들어왔고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으로 수요가 급증해서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 백용기 한국 지사장은 “반감기 후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비율이 증가했고, 그들은 공급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다”며 “과거 금융기관들이 반감기 전후 참여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반감기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에릭 안지아니 크립토닷컴 사장은 “반감기로 인한 채굴자 보상 감소는 비트코인 공급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하루 또는 일주일 안에는 큰 영향이 없더라도 6개월에 걸쳐 비트코인 강세가 증폭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반감기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감기 이후 하루에 채굴되는 비트코인은 900개에서 450개로 감소되는데, 공급 감소 효과를 달러로 환산하면 2700만달러 수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준은 아니다”며 “올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후 투자자는 반감기도 고려해 임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보상이 줄어들며 채굴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억만장자 기업인 마크큐반은 언론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반감기는 그냥 채굴자들이 돈을 받기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