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대법 “검찰분석관 성범죄 피해아동과의 면담영상, 증거 안돼”

1·2심 이어 대법 증거능력 불인정
“진술신빙성 외부기관 의견 물어야”
아동 성적 학대 혐의 계부 무죄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이 수사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 아동과의 면담 내용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은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피해 아동의 친모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계부 B씨에게는 무죄가, A씨의 지인 C씨과 D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A씨 등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피해 아동을 대상으로 성적 학대 등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 아동이 2021년 5월 학교 선생님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검사는 피해 아동의 진술 신빙성 판단을 위해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에게 분석을 요청했다. 성폭력범죄특례법은 13세 미만 피해자의 경우 수사기관이 정신·심리상태에 대한 소견 및 진술 내용에 대한 의견 조회를 전문가로부터 듣도록 했다.

 

이에 진술분석관은 2022년 검찰 조사실에서 두 차례 피해 아동 면담을 진행했고 6시간 분량의 녹화 영상을 검사에게 제출했다.

 

재판에서는 이 녹화물의 증거 능력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 영상에는 계부 B씨의 성폭행 혐의와 C씨의 유사 성행위 혐의 등에 대한 피해 아동의 진술이 담겨 있었다. 해당 혐의에 대한 이외의 증거는 없었다.

 

1심과 2심 모두 녹화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대법원 역시 “수사기관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은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 진술분석관은 성폭력범죄특례법이 규정한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한 대법원 첫 판단이다.

 

아동 피해자 진술의 경우 수사기관 소속이 아닌 관련 전문가에게 의견을 조회하거나, 재판에서 의사·심리학자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조회를 받아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