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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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팀 챔프전 진출 ‘0% 기적’ 달성한 ‘슈퍼팀’ KCC…트로피 들어 또 다른 ‘0% 기적’ 노린다

프로농구 부산 KCC는 2023∼2024시즌 정규리그를 5위로 마무리하며 봄 농구 무대에 어렵게 진출했다. 최준용, 허웅, 라건아, 송교창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구축했지만, 잦은 부상과 조직력 부진 탓에 초라한 성적표를 안았다.

 

완전체를 이룬 ‘슈퍼팀’ KCC는 단기전에선 달랐다. KCC가 정규리그 1위 원주 DB를 꺾고 5위팀의 역대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0%의 기적’을 달성하며 스타군단의 이름값을 제대로 증명했다. KCC는 2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5전3승제) DB와 4차전에서 80-6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KCC는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DB를 따돌리고 챔프전에 선착했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2020~2021시즌 이후 세 시즌 만이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 정규리그 5위팀이 챔프전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KCC는 ‘베테랑’ 라건아가 17점 17리바운드 6블록슛으로 ‘DB 산성’의 골 밑을 지배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송교창(14점), 허웅(14점), 최준용(10점 8리바운드)도 승리에 힘을 보탰다. DB는 ‘에이스’ 디드릭 로슨이 팀 내 최다 득점이었지만 16점에 묶인 것이 아쉬웠다. DB 센터 김종규는 단 한 점도 넣지 못하면서 4쿼터 8분을 남기고 5반칙 퇴장을 당해 찬물을 끼얹었다.

 

새역사를 쓴 KCC는 이제 챔프전 트로피를 벼르며 또 다른 0%의 확률에 도전한다. KCC는 창원 LG와 수원 KT의 4강 PO 승자와 맞붙는다. 2승1패로 앞선 LG가 챔프전 진출에 1승만 남겨놨다. 챔프전 1차전은 27일 열린다.

 

전창진 KCC 감독은 경기 뒤 “대표팀 차출, 부상 변수, 그리고 선수들의 성격 등을 맞출 시간이 필요했다. 너무 부족했다. 정규리그 한때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겠느냐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며 “선수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자신감이 있었다. 정규리그 막판 선수들의 훈련 태도가 상당히 좋았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타적으로 한다면 어떤 팀과의 경기에서도 지지 않는다”고 했다.

 

전 감독은 “라건아가 중앙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정규리그 두 차례 미팅하면서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나도 그만하겠다고 했고, 라건아도 그만하겠다고 하면서 배수의 진을 쳤다. 라건아가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잘 이뤄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구성원들로 우승하지 못하면 팬에게 욕을 먹게 돼 있다. 이 욕은 내가 욕을 먹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나이 먹고 욕을 먹기 싫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산 팬이 많이 늘어났고, 챔프전에서는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부산 시장님도 오셔서 기뻐하셨다”고 전했다.

 

KCC는 우승도 자신 있다. 전 감독은 “어떤 팀이 와도 자신 있다”며 “우리 경기만 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