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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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페스티벌’ 불발, 항의성 민원 폭발…젠더 갈등으로 번지나?

주최 측 “2배 규모 행사 열겠다”…또 다른 논란 예고
지난 20~21일 열릴 예정이었던 성인 페스티벌 2024 KXF The Fashiion 포스터. 한국성인콘텐츠협회

일본 성인영화(AV·Adult Video) 배우들이 출연하는 '성인 페스티벌'이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 끝에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여성들이 즐기는 19금 공연도 금지하라는 항의성 민원이 제기됐다. 성인 페스티벌 사태가 젠더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성인 페스티벌’ 주최 측은 2배 규모의 행사를 열겠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22일 서울시 시민제안 홈페이지 '상상대로 서울'에 따르면 '성인 페스티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뒤인 19일에만 100건의 시민 제안이 등록됐다. 18일 8개, 17일 9개 등 평상시엔 채 10개도 되지 않던 제안글이 하루만에 10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제안글 절대다수가 성인 페스티벌 관련 의견이다. 상상대로 서울은 서울시 공식 시민 제안 창구로, 공감이 50개를 넘으면 서울시 관련 부서에서 답변을 해야한다.

 

97개의 공감을 받은 한 제안글 작성자는 "워터밤 공연도 공연자와 관객이 비키니 등을 입고 진행하는 데다 페스티벌 장소가 서울종합운동장"이라며 "민간 공연이어도 공공 장소에서 이 같은 행사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에 19세 이상 관람가가 걸린 공연은 모두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워터밤은 공연을 하는 가수·연예인은 물론 관객들까지 비키니 등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서로 물총 등을 쏘는 축제다.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男 성적 자기결정권 인정해야”

 

성인 페스티벌 주최 측 '플레이조커'는 지난 18일 유튜브를 통해 "이번 2024 KXF The Fashion '성인 페스티벌'이 취소됐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플레이조커는 "일본 여배우 소속사 측은 KXF 행사로 인해 각 지자체가 떠들썩하고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여성단체의 반발이 극에 달한 이 상황에서 행사에 참여하는 여배우의 신변이 보호될 수 있냐는 입장"이라며 배우 안전을 우려해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성인 페스티벌은 한국 지자체들의 반대 속에 잇따른 대관 취소로 개최 장소가 수차례 변경됐다. 당초 행사는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민간 전시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주민과 시민단체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주최 측은 경기 파주시의 한 스튜디오로 장소를 변경했지만 이 역시 파주시 반대로 취소됐다.

 

서울로 눈을 돌린 주최 측은 서울 잠원한강공원의 한 선상주점에서 행사를 열려 했지만 서울시가 하천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개최를 금지했다. 압구정 카페 골목 일대로 장소를 옮긴다고 공지했지만 이번에는 강남구가 개최 금지를 통보했다.

 

◆“성 상품화 남녀 동일선상 온당치 못해”

 

이번 논란은 정치권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남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성인 페스티벌을 금지하는 지자체들을 비판하자 이재준 수원시장이 "수원에서 다시 이런 행사가 개최된다고 해도 저는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번 사안으로 젠더 갈등이 다시 증폭될거란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에 남성 우월적인 문화와 제도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여성 성 상품화를 남성 성 상품화와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다양한 성격과 형태의 문화와 공연 활동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관청이 주도적으로 개입하고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