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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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 우선주의에 대비… EU·나토와도 관계 강화 나서야” [2024 한반도 평화포럼]

美대선과 韓·美동맹, 北 핵위협 대응책 모색

김현욱 교수 “한·미 동맹 도전 직면”
트럼프 IRA 백지화 발언 등 근거
“현지 투자 국내 기업에 변수 우려”

차두현 아산정책硏위원 “北 핵위협
워싱턴선언 넘어설 실질적 조치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 강조해야”

22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세계일보가 주최한 ‘신통일한국을 위한 2024 한반도 평화포럼’에선 11월 미국 대선과 한·미 동맹, 북한 핵위협 대응책을 놓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포럼 참석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불거질 ‘미국 우선주의’ 기조 강화에 따른 동맹 간 갈등에 대비해 한국이 확장억제 강화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지정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박영준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이재문 기자

 

 

◆트럼프 ‘美 우선주의’ 대비해야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 대선과 한·미 동맹’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트럼프 집권 시 통상정책과 대중국 전략이 한층 강경해지고, 동맹 관계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비난하고 친환경에너지에 반감을 드러내며 IRA 백지화를 언급했던 점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 투자를 하거나 계획하는 한국 기업은 의사결정 시 이러한 정치적 요인을 주요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김 교수는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은 공세적 기조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 별도 허가나 기한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수 있도록 ‘검증된 최종사용자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트럼프 재집권 시 이 같은 결정이 번복될 수 있다. 중국 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장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고, 모든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확대와 관세율 인상도 진행될 것”이라고 봤다.

 

한·미 동맹에 대해선 “트럼프는 동맹에 매우 부정적 인식이 있다”며 도전 요인으로 △동맹에 대한 비용 부과 또는 주한미군 축소 △중국 견제로 한·미 동맹의 전략 목적 변화 요구 △북한과의 비핵화협상으로 인한 한·미 간 이견 발생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응책으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연내 마무리하고, 기업들이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며, 동맹 간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트럼프 당선 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지원을 거부하거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 쿼드(Quad: 미·일·인도·호주 안보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영·호주 안보동맹), 한·미·일, 한·일·필리핀 안보협력 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국에 대해선 공정무역을 요구하는 한편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의 급격한 인상 또는 미군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비용의 한국 부담,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를 추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실장은 대응 전략으로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유엔군사령부와의 관계 강화, 첨단기술을 주로 다루는 오커스 필러(Pillar) 2 가입, 정부 차원의 대미 로비 활동 등을 제안했다.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획기적 확장억제 전환 필요

 

북한 핵위협 대응에 대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워싱턴선언을 뛰어넘는 가시적·실질적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한국이 자체적인 대안을 갖고 미국을 설득할 때라고 차 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워싱턴선언 수준을 넘어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을 심각히 검토할 단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며 “더 나아간 확장억제 실현을 위해 우리가 비용을 분담할 용의가 있다는 것도 밝혀야 한다. 이는 동맹을 금전적 거래에 집중해서 바라보는 트럼프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4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차 위원은 “미국이 확장억제의 보장을 끝내 주저하면 한국이 최후 대안으로 자체 핵보유를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줄 결기도 필요하다”면서도 “자체 핵보유는 미국의 안보공약 불신이 깔려 있고 못 믿을 동맹의 귀착점은 뻔하다. 북핵 대응에서 처음부터 핵개발을 최우선순위로 놓기에는 대가가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확장억제와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는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에 최종 결정권을 지닌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부유한 한국을 미국이 지켜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여러 번 드러냈다”며 “한국의 핵자강과 한·미 동맹이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이스라엘처럼 핵을 지닌 한국은 미국에 더욱 든든한 동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