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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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野 국회의장 후보,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까지 들먹이다니

22대 국회에서도 제1당을 유지하는 더불어민주당 내 차기 국회의장 후보 간 선명성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국회의장 유력 후보인 조정식 전 사무총장은 어제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통제하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언급했다. 그는 의장 선임을 전제로 “원포인트(개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요소도 여러 가지가 있다”며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대통령실 견제 방안을 거론했다. 그는 대통령의 거부권 무력화 의석수를 현행 200석에서 180석으로 낮춰야 한다고도 했다. 국회의장이 되면 국회 의사 진행 등에서 민주당 뜻을 강하게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첫 여성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추 전 장관도 얼마 전 “국회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립도 아니다”면서 “의회의 혁신적 과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역할을 기대하신다면 주저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총선 민심을 국회에 반영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율 차이는 고작 5.4%포인트일 뿐이다. 국회의장은 의원들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지만 통상 원내 다수당의 최다선이 맡는 게 관례다. 오랜 의정 활동에서 쌓인 경륜과 동료 의원의 존경심을 바탕으로 의사 진행을 원만하고 합리적으로 이끌도록 하려는 취지다. 당내 최다 6선인 두 사람이 경쟁하듯 강성 발언이나 쏟아내니 5월30일 개원할 22대 국회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민의의 공론장으로서 국회의장은 중립적이어야 한다. 국회법이 의장은 당선 다음날부터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한 건 이 때문이다. 과거 국회에서 횡행하던 날치기 등 다수당 횡포를 막기 위해 1988년 의장이 국회를 중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쪽으로 국회법이 개정됐고 2002년 개정에서는 아예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규정이 들어갔다. 이를 무시한 채 다수당 의지대로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건 국회 시계를 과거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 반대로 반년간 표류하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이 극적으로 통과된 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한다. 공화당 소속인 그가 당내 강경파 반발을 무릅쓰고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하원의장이 된 뒤 “나는 이제 지역구 출신이 아니라 하원 전체와 이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됐다”고 한 그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