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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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사건 유가족 “내 아이 살려내”…前 서울청장 “결과론으로 과도한 책임”

유가족, 김광호 전 청장 머리 뜯기도…“재판 끝까지 지켜볼 것”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던 중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 유가족으로부터 머리를 붙잡히는 등 거센 항의를 받았다. 유가족 측은 "이태원 참사는 인재"라며 김 전 청장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

 

김 전 청장 측은 법정에서 "공소장은 결과론에 기초한 과도한 책임주의에 따른 주장"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핼러윈 기간 10만명이 방문할 수 있다는 예상만으로 단순히 압사사고를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의 심리로 22일 오후 2시에 열린 김 전 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서 "유족 측에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뉴스1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청장은 각 부서로부터 핼러윈 관련 보고서를 받고 위험 상황을 인식했고 예견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이태원 인파 집중 상황을 여러 차례 보고 받았지만, 구체적 특정적 지시를 하지 않고 추상적 지시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대규모 집회 종료 직후 용산 경찰서장에게 임무 수행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했다"면서 "피고인은 사고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는 등 상황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 측은 "공소사실에 대해서 무죄를 주장한다"면서 "검찰 공소장 요지는 결과론에 기초한 과도한 책임이며, 누구라도 결과가 발생하면 과실이 있다는 실행 주의에 입각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청장 측은 구체적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라며 "약 10만 명이 한 번에 같은 장소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핼러윈 3일 동안 그 정도 수준의 인파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당직 근무자였던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 3팀장 또한 혐의를 부인했다.

 

류 총경 측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바는 피고인이 무전 청취 하지 않았으며, 만약 정착 근무를 했다면 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정착 근무를 했더라도 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 측 변호인도 "검찰은 무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검찰이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호 전 청장 첫 공판기일…유가족 “책임자 처벌 추상같아야”

 

김 전 청장이 재판 전 모습을 드러내자, 유가족 측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가족은 "내 새끼 살려내"라며 고성을 지르고 김 전 청장의 머리를 잡아 뜯기도 했다. 법원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자 유가족 중 일부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재판에 참석한 유가족은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주장에 한숨을 쉬거나 흐느끼기도 했다.

 

유가족 측 대리인 양성우 변호사는 재판에서 "이번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면서 "책임자들에 대한 엄정한 재판 진행과 처벌로,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참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이 깊이 새겨지길 바라는 피해자들의 간곡한 목소리를 경청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이 하루 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남희 씨(고 신애진 씨 모친)는 "재난지역의 책임자인 서울경찰청장 김광호의 행태는 어떠했나"라며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군중유체화'가 발생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경찰조직에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발언문을 낭독하자 방청석에서는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金 “보고서만으로 참사 예측 불가능” 무죄 주장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고 이주영 씨 부친)은 이날 성명에서 "검찰은 철저히 재판에 임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며 "유가족들은 재판 끝까지 자세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밤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을 알고도 안전관리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부실 대응해 사상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당시 159명이 숨지고 300명 넘게 다쳤다.

 

검찰은 지난해 1월 13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서 사건을 넘겨받았지만 김 전 청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권고하자 지난 1월 19일 김 전 청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김 청장을 기소한 이유에 대해 "서울경찰청장으로서 이태원 핼러윈데이 다중 운집 상황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 배치 및 지휘·감독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업무상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재판 중인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과 공동의 업무상과실로 158명 사명, 312명 상해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특성상 '윗선의 과실'과 '사고'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향후 김 전 청장의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