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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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마약·두산 8명 대리 처방 파문’… 이승엽 “선배들의 잘못, 면목 없다”

오재원의 마약 파문에 결국 인연도 없는 프로야구 두산의 이승엽 감독이 고개를 숙였다.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야구계에 이런 일이 벌어져 정말 안타깝다. 나를 비롯한 야구계 선배들의 잘못이다.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사과했다.

프로야구 두산의 이승엽 감독. 뉴시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상태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오재원은 현역 시절 두산 후배들을 협박해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리 처방은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KBO 사무국에 따르면 오재원이 몸담았던 두산 구단은 소속 선수 8명이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아 오재원에게 건넨 사실을 2주 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두산 관계자는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한 자체 조사를 통해 선수 8명이 과거 오재원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받아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사실을 클린 베이스볼센터에 자진 신고했고, 선수들은 현재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재원은 2022시즌 종료 뒤 은퇴했다. 그는 두산에서만 16년을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다. 주장 완장을 찬 그는 은퇴식을 화려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은 2023시즌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아 오재원을 지휘한 인연은 없다.

 

하지만 현재 감독으로서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했다. 이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대리 처방을 한 두산 선수들이) 자진 신고를 했고, 구단은 규정과 원칙에 따라서 조처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 선수들이 그런 문제에 연루돼 안타깝다. 빨리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이날 두산은 NC와 홈 경기를 앞두고 미팅하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흥식 수석코치는 그라운드에 선수단을 모아놓고 “일단 우리는 경기에 집중하자”고 당부했다.

 

이 감독도 “구단이 문제를 수습하고 있다. 우리 선수단은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경기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야구 국가대표 출신 오재원씨. 뉴스1

두산 선수 8명은 정황상 선배 오재원의 협박과 강요로 수면제를 대리 처방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거절하지 못한 배경에 폭행과 폭언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수십 차례 상습적으로 대리 처방을 한 경우도 있었고, 원정길에 나가서도 대신 수면제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수는 오재원이 요구를 거절하면 정강이를 수차례 차고, 뺨을 때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KBO는 일단 자체 조사와 함께 경찰 수사를 더 지켜볼 방침이다.

 

야구계를 마약 파문으로 먹칠한 오재원은 지난 17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하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 2242정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재원은 지난달 9일 지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한 차례 마약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간이시약 검사에선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이후 오재원의 마약류 투약 단서를 추가로 확인한 경찰은 지난달 19일 전격 체포에 나섰고, 구속한 뒤 추가 수사를 거쳐 검찰에 넘겼다. 오재원은 지난 1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잠실=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