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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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상’, ‘비매너 논란’ 주인공에서 ‘하루 3홈런’으로 롯데 구한 ‘마황’ 황성빈 “세상이 날 속이는 것 같았다”

프로야구 롯데의 교타자 황성빈(27)은 시즌 초반 나머지 9개 구단 팬들로부터 ‘밉상’으로 찍혔다. 지난달 26일 광주 KIA전에서 5회 1사 후 안타로 1루에 출루한 황성빈은 자신을 바라보며 공을 던지려던 양현종을 상대로 2루로 뛰려는 듯, 어깨를 연신 들썩들썩하는 ‘댄싱 페이크’ 스킵 동작을 5~6차례 반복했다. 이를 지켜본 양현종은 불쾌하다는 듯 표정이 굳어졌고, 이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화제가 됐다. 황성빈의 스킵 동작이 ‘비매너 논란’으로 불거지자 롯데 김태형 감독마저 “내가 다 민망하더라. 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상대 감독이었어도 신경 쓰였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KT 황재균, 삼성 구자욱 등이 황성빈의 스킵 동작을 ‘챌린지’처럼 흉내 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황성빈은 지난 18일 잠실 LG전에선 상대 외인 선발 케이시 켈리와도 마찰을 빚었다. 3회 파울 타구를 날린 뒤 1루까지 전력 질주했던 황성빈은 타석으로 천천히 걸어 돌아갔다. 황성빈의 느릿한 타석 복귀에 자극받은 켈리는 이닝이 끝난 뒤 황성빈에게 분노를 표출했고, 결국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쏟아져 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의욕이 앞선 탓에 상대 선수들을 자극하는 플레이로 밉상 이미지가 박힌 황성빈은 지난 주말 하루 만에 롯데를 구한 영웅이 됐다. 2022년 데뷔해 프로 통산 홈런이 딱 1개에 불과했던 황성빈이 지난 21일 부산에서 치른 KT와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하루에만 홈런 3개를 몰아치는 ‘대형사고’를 친 것. 더블헤더 2경기에서 3홈런 포함 9타수 5안타 6타점 4득점으로 맹활약한 황성빈에 힘입어 롯데는 최근 4경기에 3승1무의 호성적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홈런보다는 안타와 도루에 더 열을 올리는 교타자인 황성빈은 ‘하루 3홈런’의 활약상을 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황성빈은 “지나간 경기니까 너무 취하지 않으려고 한다. 주변에서 선배님들이 (흥분을) 가라앉히는 걸 많이 도와주셨다”면서 “그래도 팀 분위기가 올라왔으니 좋은 기운이 좀 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래도 하루에만 세 개의 홈런을 때려낸 순간은 떠올릴 때마다 짜릿하다. 황성빈은 “(21일) 경기 끝나고 퇴근해서 세상이 날 속이고 있는 것 같은 생각까지 들더라”면서 “경기 하이라이트를 찾아서 본 건 딱 한 번이다. 대신 소셜미디어(SNS)를 하다가 나오는 내 홈런 영상은 넘기지 않고 끝까지 봤다”고 말하며 웃었다.

 

홈런 3개를 친 날 그는 수훈 선수로 뽑혀 관중들 앞에서 인터뷰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황성빈은 “그날은 많이 울컥했다. (비호감 이미지에 관한) 기사를 보고 신경 안 쓰였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팬들의 응원으로 많이 힘이 됐다.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눈치 보지 말라’는 한 팬의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제게 필요했던 말”이라고 했다.

 

황성빈을 밉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김 감독은 황성빈을 두둔하며 감쌌다. 김 감독은 “사람들은 황성빈을 가리켜 밉상이라고 말하지만 1·2군을 오가는 백업 선수인 황성빈에겐 매 타석이 간절할 것이다. 간절함 가지고 집중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간혹 평범하지 않은 모습도 보이는데 그만큼 뒤에서 기다리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의 활약을 통해 황성빈의 시즌 성적은 타율 0.345(29타수 10안타) 3홈런 7타점으로 쑥 올랐다. 주력만큼은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최고 수준인 황성빈은 도루를 10개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2022년엔 도루 성공 10개에 실패 12개, 지난해 도루 9개, 실패 5개 등 주력에 비해 도루 성공률이 그리 좋지 않았던 황성빈은 올 시즌 들어 도루 능력도 환골탈태했다. 황성빈은 “예전에는 빠른 발만 생각하고 막 부딪혔다면, 지금은 침착하게 타이밍을 노린다. 도루는 고영민 주루 코치님에게 많이 도움 받았다. 실패했던 도루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 팬들은 황성빈을 ‘마황’이라 부른다. ‘마성의 황성빈’을 줄인 말이다. 그만큼 황성빈의 플레이에는 팬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는 얘기다. 황성빈은 안타를 칠 때도, 홈런을 칠 때도 전력으로 베이스를 돌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황성빈은 “언제 다시 홈런이 나올지 몰라도, 그때도 또 그렇게 전력으로 뛸 것”이라고 약속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