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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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모텔서 고독사한 노인…2년 넘게 복지급여 70만원 매달 지급

탁상행정 논란…복지부 “주거·사망 확인 후 사회보장급여 결정”

제주의 한 폐업 모텔에서 고독사한 노인에게 기초생활수급비가 매달 꼬박꼬박 지급돼 탁상행정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가 주거·사망 여부를 확인한 뒤 사회보장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대책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24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지자체와 협력해 취약 1인 가구 등 고위험가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사회보장급여 수급자에 대한 사후관리체계를 정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제주시청 전경.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현장조사 시 조사가 어려운 경우에도 실제 주거와 사망 여부를 최종 확인한 뒤 보장을 결정하고, 그 결과를 기초연금 등 관련 사회보장급여와 연계해 사후관리에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자료연계 방안을 마련해 일정 기간 의료기관 미이용 시 집중확인 조사 대상에 추가해 이상징후를 조기 포착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고독사 위기를 사전포착해 관리하기 위한 ‘고독사 예방 보완대책’을 연중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폐업한 모텔 객실 화장실에서 숨진 지 2년 반 만에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김모(70)씨는 2021년 상반기 폐업 후 방치된 모텔에서 생활하다가 같은 해 하반기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숨진 지 2년 반 만에 발견된 김씨 계좌로 최근까지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등 매달 약 70만원이 지급됐다.

 

제주시는 상·하반기 2차례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현장·면담 조사를 벌여 공적급여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김씨는 홀로 사는 데다 고령에 거동도 불편해 고독사 위험이 높았지만 2020년 기초생활 수급자 신청을 해 선정되는 과정에서 ‘고독사 위험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복지공무원은 2022년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사업 안내 등 이유로 김씨에게 연락했지만 닿지않자 그가 거주하던 모텔 객실을 여러 차례 방문해 객실을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김씨가 숨져 있던 화장실 문조차 열어보지 않았다.

 

객실 문을 열면 화장실 입구가 가려지는 구조로 돼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몇 차례나 진행한 현장 확인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김씨 계좌로 최근까지 매달 복지급여를 입금해 그의 통장에는 1500만원이 넘는 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경찰은 2021년 하반기부터 김씨 계좌의 돈을 다른 사람이 인출하거나 사용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게다가 행정 당국은 기초생활보장 제도에 따라 수급자 통장 잔액을 1년에 2차례 금융 조회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고령의 김씨 계좌 잔액이 매번 늘어나고 아무런 출금 기록이 없는데도 전혀 의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경찰 수사 의뢰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안일한 일 처리 탓에 수급자 사망 사실을 2년 반이 넘도록 알아채지 못한 셈이다.

 

제주시는 “주택조사 거주확인, 코로나 긴급생활지원금 지급을 위한 현장조사, 고독사 조사 등을 위해 수차례 방문했으나 거주 확인이 안돼 연락처를 남겼다”고 해명했다.

 

결국 제주시는 이 사건을 계기로 기초생활수급자 중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각 가정을 현장 방문해 거주 실태를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특히 홀로 거주하는 중증 장애인이나 질환을 앓고 있는 세대를 중점 관리 대상으로 점검하고 안부 확인, 생활 실태 점검 등을 지속해 벌인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12일 제주시 용담일동 폐업 모텔 건물 객실 화장실에서 건물을 청소하던 남성이 백골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씨가 이 모텔방에서 혼자 오랫동안 살아왔고 모텔이 2021년 상반기 폐업한 이후에도 홀로 지내다가 2년 반 전인 2021년 하반기에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