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2010년 이 TV 광고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산수유 건강보조식품을 홍보하는 CF다. 개그 프로에서 활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김영식(73) 세자녀출산지원재단 이사장은 이 광고로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13년 전 대한민국 남자들의 건강을 얘기하던 그는 지금 대한민국 미래를 걱정한다.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에 그쳤다. 경남 고성 출신인 그는 지금 추세라면 대로라면 320만여명인 부산 인구가 50년 뒤 190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한민국 인구는 3500만∼3700만명으로 줄어들 테고.
그는 그래서 고민한다. ‘출산, 부부한테 참 좋은데, 나라에도 정말 좋은데···어떻게 낳게 할 방법이 없을까?’
“아는 생기는대로 낳아라. 주변에서 도와줄테니····.”
그가 셋째 아이 낳기 지원 사업에 나선 이유다. 그는 회사를 매각하고 2018년 3월 개인 돈 20억원으로 세자녀출산지원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에서는 매년 6월과 12월 셋째 아이 출산 가정의 신청을 받아 50∼60 가정에 200만원씩 지원하는 사업을 펴오고 있다.
지난 2월 아이를 낳은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을 주겠다고 한 부영그룹의 파격적인 금액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하지만 원치 않은 셋째 아이를 임신하고서 잘못된 선택을 할 뻔한 가정이 김 이사장이 보낸 사비 200만원과 그의 지인이 송금한 200만원을 받고 늦둥이를 낳았을 때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고 한다.
그가 셋째 아이 지원에 나서기 시작한 건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운영하던 회사에서 사내 출산 장려 제도로 첫째와 둘째에게 100만원, 셋째에게 500만원과 2년간 양육비 월 30만원을 지원한 것이다.
그는 2009년 2월 사내 제도를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했다. 자신이 쓴 자기계발서 ‘10m만 더 뛰어봐’가 10만부 넘게 팔리자 인세 수입 1억2000만원 전액과 강연료 수입을 세자녀 출산지원금으로 내놓았다. ‘뚝심이 있어야 부자가 된다!!’는 인터넷카페를 통해 셋째 출산을 계획 중인 회원 250명 신청을 받아 선착순으로 200만원씩, 총 5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12월 12월까지 총 1163가구에 23억5000만원이 넘는 지원금이 주어졌다.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7년쯤인가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저출산 관련 신문 기사를 읽었다. 206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가 700만명이나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는데 정말 충격이었다. 부산 같은 대도시 2개가 없어진다는 거다."
-2016년 5월 부산을 찾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에게 저출산 문제를 질의한 것도 그런 문제의식에서였는지.
“그렇다. 정말 좋은 질문을 했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그 기사가 나가고 중앙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할 정도로 반응이 정말 좋았다. 저출산에 대한 고민이 당시로서는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당시 4·13 20대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을 얻은 안 대표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부산상공회의소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2년 뒤 세자녀출산지원재단을 만들었군요.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 꼴찌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가정을 위해 기업과 단체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재단을 만들었다. 아마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인이 출자해 운영하는 민간재단일 것이다. 어려운 시대와 환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이 탄생은 선물이고 바로 축복이라는 것이다. 아이는 생기는대로 낳아야 한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
“강연을 자주 나가는데 뜻에 공감하는 분들이 후원을 해 준다. 우리 재단은 월 1만원부터 후원이 가능하다. 200만원, 1구좌를 후원해 주면 후원자 명의로 산모에게 200만원 전액을 출산축하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금은 월 18만7900원을 후원해 주는 분이 2분이 있을 정도다.”
-아이 낳기를 위해선 젊은 남녀가 결혼을 해야 할텐데, 남녀간 만남도 주선하고 주례도 서준다고 알고 있다.
“연간 4차례 목표로 ‘들싱나커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들어올 때는 싱글이지만, 나갈 때는 커플이 되는 놀라운 프로젝트!!!’라는 뜻을 담고 있다. 코로나 유행으로 중단했다가 2022년 한 차례 진행했고 다음달 6차 만남의 장이 마련된다. 남녀 15명을 초대해 진행할 예정인데, 좋은 결과가 나오길 간절히 희망한다.”
-요즘 아이 출산에 파격적인 지원금을 주는 기업이 늘고 있다.
“세자녀재단이 해 온 일들이 자극이 되어 다른 많은 기업들이 출산에 대한 기부와 후원을 하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낀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여당에서는 셋째 아이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얘기도 했다.
“첫째, 둘째 자녀의 등록금까지 지원되었으면 좋겠다.”
-평소 정부가 출산 장려를 위해 했으면 하는 사업이 있다면.
“젊은 친구들이 일찍 결혼하도록 해줘야 한다. 20대에 조기결혼하는 부부에게는 정부 차원에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등 더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관리비 등은 본인부담하더라도 집 걱정 없이 해줘야 한다.”
-자기계발서도 그렇고 직접 부른 트롯을 보면 삶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20대에 학습지 사업을 시작으로 신발깔창, 금연파이프 등을 팔면서 사업을 계속 확장하다 무일푼이 된 적 있다. 30대에는 건강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크게 성공했는데 욕심을 냈다가 파산하기도 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뛰니 빚을 다 갚고 연매출 100억원을 넘기는 건강식품 회사로 키워냈다. 제 노래 가사 중에 ‘포기하지 마, 걱정하지 마‘라는 구절처럼 포기해선 안된다. 누구라도 말한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좋게 보려고 하면 다 좋게 보이고 밉게 보려고 하면 다 밉게 보이는 법이다. 긍정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면 다 올바르게 보일 뿐이죠.”(*김 이사장은 2020년 8월 자기개발서 내용을 축약해 직접 작사한 트롯곡 ‘10미터만 더’를 냈다.)
-사업가, 작가, 가수, 강사, 광고모델 등 다재다능한데 ‘끼’ 있으신데, 직접 출연해 광고가 대박났었다.
“진솔한 광고가 고객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 같다. 진솔하게 이야기하면 고객이 좋아한다. 고객이 좋아하는 마케팅은 바로 기업 성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평소 ‘돈 벌 나이 있고 돈 쓸 나이 있다. 건강할 때 가진 돈은 재산이요 아파 누워 있을 때 가진 돈은 유산일 뿐’이라고 얘기한다던데.
“나이가 들어서는 검소하다고 미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은 멋지게 써야 한다. 빌딩을 가지고 있다, 좋은 아파트가 있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현금화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강의나 저작권 등으로 벌면 쓸만큼만 남기고 전부 재단으로 기부하는군요.
“지금은 벌이가 많지는 않지만 들어오면 재단에 후원을 한다.”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아기 울음소리는 기쁨이며 축복이다. 아기를 낳으면 행복은 2배, 둘을 낳으면 행복은 10배가 된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아기 울음소리가 많이 들리는 날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