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고 안 되나요? 다른 지점 재고 한번 확인해주세요.”
고물가에 ‘가성비’ 생활용품전문점 다이소의 저가 화장품이 인기다. 500원부터 5000원 사이의 화장품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품절 대란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대란 때처럼 따로 숨겨놓고 판매하는 지점까지 등장했다. 서울의 한 매장에서 만난 고교생 이시영씨는 “접근성도 좋고 무엇보다 가격이 착해 ‘드볼’(드래곤볼 줄임말. 특정 라인의 제품을 모두 모은다는 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온라인이나 현장에서 재고를 확인하고 근처 지점을 쫙 돌기도 한다”고 말했다.
25일 아성다이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화장품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3조4600억원을 돌파하고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저가 화장품 열풍이 일조한 것으로 다이소 측은 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색조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130% 증가했는데, 지난달 7일 출시된 ‘손앤박’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색조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초화장품 VT코스메틱의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이 크게 인기를 끌며 반짝 인기에 끝날 줄 알았으나, 올해에도 손앤박의 ‘아티 스프레드 컬러밤’ 제품 등이 연달아 히트를 치며 다이소가 1030 여성 사이에서 새로운 화장품 구입처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두 제품 모두 3000원으로, 이 제품 외에도 다이소에서 가장 비싼 화장품 가격은 5000원을 넘지 않는다.
여성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을 흥행 이유로 꼽았다. 손액박의 경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내놓은 브랜드 색조 화장품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과 고가 명품 브랜드 제품과 유사하다는 점 등이 입소문을 탔다. SNS상에서 샤넬의 ‘립앤치크밤(6만3000원)’과 비교 발색한 영상이 큰 조회수를 기록했고, ‘샤넬 저렴이’라는 이름도 붙었다.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된 손앤박 컬러밤은 현재 서울 대다수 매장에서 품절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이소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손앤박 색조 화장품 컬러밤 3종과 틴트 8종 등 총 11종 중 10종이 품절 상태다. 다이소 매장 관계자는 “입고되는 족족 팔려나가고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오픈런 하는 분들도 있다”며 “저렴하다보니 재고 모두 ‘싹쓸이’ 해가는 소비자도 있어 판매 제한을 두거나 카운터에서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재 다이소에서는 네이처리퍼블릭과 다나한, 클리오, VT코스메틱 등 34개 브랜드의 화장품 310여종이 판매 중이다. 2021년 화장품 제품이 4개에 불과지만 3년여 만에 제품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올해 들어 이달까지 브랜드 8곳에서 신규 제품도 론칭했다. 지난해 다이소에서 19개 신상 제품이 출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더 빠른 속도로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올해 다이소가 화장품과 패션 부문 등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 유입에 집중하면서 연 매출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이소 측은 “브랜드 화장품과 실용적인 의류 품목 확대 등 전략 상품의 인기와 시즌·시리즈 상품 매출이 안정적으로 늘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신규 브랜드 입점에도 속도를 높이고 라인업을 확장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