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군의 한 제조업체에서 3년 가까이 근무하고 퇴사한 이주노동자 A씨는 회사로부터 2개월치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A씨가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자 사업주는 경찰에 “A씨가 돈을 달라고 나를 협박하고 있다. 돈을 주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겠다고 한다”며 신고했다. A씨는 체류기간이 지난 것으로 확인되며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지역 외국인주민지원센터의 보호일시해제 등 요청으로 A씨는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액이 1200억원을 넘어섰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주노동자 전체 규모는 줄었음에도 임금체불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는 지적이다.
25일 인권위는 ‘임금체불 피해 이주노동자 실태 및 구제를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며 “임금체불이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4~10월 임금체불 피해 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 37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액은 2022년 기준 1233억원으로 2018년(972억원) 대비 2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주노동자가 85만6000명에서 79만3000명으로 줄어든 데다 임금체불 사건 수 역시 2만8021건에서 2만8030건으로 소폭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건당 임금체불 피해는 커진 셈이다.
평균 임금체불액은 약 663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100만~300만원이 전체 34.4%로 가장 많았고, 500만~1000만원이 28.8%, 300만~500만원이 16.9%, 1000만~3000만원이 9.4%로 뒤를 이었다. 5000만원 이상이 체불됐다고 응답한 경우도 1.2% 있었다.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이주노동자 대다수는 회사의 경영 상태와는 무관하다고 인식했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사업주가 법 위반을 알면서도 체불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37.6%, ‘본인이 외국인 노동자여서 체불했다’라는 응답이 35.6%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피해 원인으로 “이주노동자 대다수가 임금체불에 대항하기에 지극히 취약한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언어적 제약, 제도와 정보에 대한 낮은 접근성, 열악한 노동조건, 제한된 체류 기간 등 구조적 원인이 임금체불을 겪게 되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임금체불은 범죄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취약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완책으로는 지방자치단체 및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와 예방 기능을 연계하는 한편 통역과 대리인 제도 등 임금체불 권리구제 지원제도 등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