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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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김포시 공무원 ‘좌표 찍기’ 가해자 잡았지만…전날에도 다른 공무원 숨진 채 발견 [사건수첩]

경찰, 수사선상 2명 입건
명예훼손 등 혐의 검찰에 송치 결정

최근 악성 민원에 더해 이른바 ‘좌표 찍기’ 피해로 숨진 경기 김포시 30대 공무원과 관련해 경찰이 혐의가 특정된 민원인 2명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김포경찰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30대 여성 A씨와 40대 남성 B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지난달 13일 신원 미상의 누리꾼들을 공무집행방해, 모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의뢰한 바 있다.

 

도로관리과 소속이던 9급 공무원은 앞서 같은 달 5일 오후 3시40분쯤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한 온라인 카페에서 실명과 부서, 직통 전화번호 등이 노출된 후 ‘마녀사냥’ 수준의 비난을 받은 뒤였다.

 

고인은 숨지기 닷새 전인 2월 29일 관내 한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 보수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했다. 그는 해당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으로 지목됐다. 당직실 역시 전화 민원이 폭주해 다음날 이른 오전까지 업무 마비가 지속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A씨는 공무원에 대한 악성 게시글을 온라인 카페에 올리고 그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이와 관련 김포시청 당직실에 전화해 협박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B씨에게는 해당 혐의와 협박 혐의를 함께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민원 전화를 건 7명의 신원을 특정했으나, 이 가운데 5명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단순 항의성 민원이거나 의견 게시 차원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김포시의 40대 직원이 전날 또 숨진 채 발견됐다. 생전에 체육시설 관련 업무를 맡았다. 당일 오전 8시12분쯤 이 남성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동료의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하루 전에 이 직원에게 ‘일을 못 마치고 먼저 가 죄송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오전 8시35분쯤 김포시 마산동의 축구장 주차장 내 주차된 차량에서 숨져 있는 당사자를 찾아냈다. 차 내부에서는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 쓴 것으로 보이는 물품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포=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