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란 미사일 파괴한 ‘미국산 독침’, 한국군도 쓸까 [박수찬의 軍]

SM-3 요격미사일. 이지스함에서 발사되어 고도 수백~수천㎞까지 상승, 탄도미사일을 파괴하는 무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요격 가능해 미사일방어(MD)의 ‘최종 병기’로 불린다.

 

SM-3 요격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도 SM-3로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로 쏜 탄도미사일을 요격,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했다.

 

10여년 전부터 SM-3에 관심을 보였던 한국도 구매에 바짝 다가선 모양새다. 방위사업청은 26일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해상탄도탄요격유도탄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 

 

2025~2030년까지 8039억원을 투입,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에 탑재할 SM-3를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로 확보한다. 11월까지 사업타당성조사를 통해 사업추진계획 적절성을 확인하고 관련 기관과 세부방안을 검토한 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군은 SM-3 도입으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를 강화, 고각발사로 남한을 타격하려는 북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중간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KAMD에서 SM-3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한반도 특성에 맞는지 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사용 가능하나 北 미사일 대응 효과 떨어져

 

미국 레이시온(현 RTX)이 개발한 SM-3는 이지스 전투체계와 함께 움직인다. 지난 14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드론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쐈을 때, 이스라엘 해안에 있던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2척이 SM-3를 발사해 요격했다. 

 

최종 조립을 마친 SM-3가 테스트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해군도 올해 말부터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 3척을 순차적으로 인수할 예정이다. 기존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능력만 갖췄으나, 정조대왕급은 SM-3·6 운용능력도 확보해 탄도미사일 요격작전도 가능하다.

 

해군은 세종대왕급도 성능개량해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SM-3 도입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한반도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작전을 펼칠 때 SM-3가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SM-3의 최저 요격고도는 90㎞, 유효고도는 500~1200㎞다. 북한이 한반도 중·남부로 쏠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 등은 정점고도가 90㎞ 미만이다. 

 

북한이 개발한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정점고도는 60㎞ 정도다. 모두 SM-3로 요격할 수 없다.

 

SM-3 도입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던 10여년 전에는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고각발사해 한반도 남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이같은 위협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이어졌다.

 

사드는 스커드 같은 단거리탄도미사일도 잡는다. 반면 SM-3는 정점고도가 90㎞ 이상인 상태를 꽤 오랫동안 유지하는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북한 미사일은 북극성-2형, 화성-12형 등 MRBM급 이상이다. 북한이 남한보다는 일본 내 유엔사 후방기지나 미군기지 공격에 쓸 가능성이 큰 무기다. 

 

SM-3 요격미사일이 군함에서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MR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고각발사를 하지 않아도 남한을 타격할 미사일이 북한에는 너무나 많다. 

 

북한 MRBM·IRBM이 한국 해군 작전구역(KTO) 상공을 거쳐 일본이나 괌으로 날아가면 SM-3가 1차 요격에 나설 수 있다. 군사·기술적으론 요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반도 밖으로 날아가는 북한 미사일을 한국이 요격하는 것은 정치·외교적 폭발력이 강한 이슈다. 한·미·일 3국이 사전에 면밀한 협의 및 합의를 해야 한다. 국민 여론의 향방도 변수다. 

 

합의를 했어도 일본과 미국 내 표적은 당사국 정부와 군대가 먼저 방어에 나서야 한다. 북한군과 직접 맞붙어 싸워야 할 한국군은 수도권을 지키기 위해 전방에 집중해야 한다.

 

SM-3를 한반도에서만 사용해도 문제는 남는다. SM-3가 한반도 미사일 방어에 실질적 도움이 되려면 이지스함이 육지로 최대한 밀착해야 한다. 

 

척당 1조원이 넘는 고가의 이지스함이 연안에서 미사일 방어에 매달리면 대잠수함작전, 대공작전, 대함작전 등 해군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기가 어려워진다. 

 

비싼 가격도 논란이 된다. SM-3 1발 값은 국산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 15발 또는 패트리엇(PAC-3) 5발 가격과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 해군 이지스함 정조대왕함이 항해를 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SM-3 100발을 들여온다면 2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F-35A 스텔스 전투기 20여대 또는 이지스함 2척을 들여올 수 있는 액수다.

 

비싸다고 소량만 도입하면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작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방위사업청이 공개한 예산으론 최대 40발 정도 살 수 있는데, 그나마도 수량이 더 축소된다면 효율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미 해군에서 SM-3는 MD의 일부로서 기능한다. 탄도탄 조기경보위성과 협동교전체계(CEC) 등을 활용해서 탐지시간과 정보처리를 최대한 단축한다. 이를 통해 위력을 극대화한다.

 

군은 “미국 MD 편입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독립적으로 SM-3를 운영하면, 이를 지원할 체계의 문제로 인해 미국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를 만회하려면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

 

이를 피하고자 미·일 MD와 밀착하면 중국의 반발과 보복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지상 탐지·요격체계 강화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남한 내륙에서 많은 지역이 KAMD 방어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방어대상 지역도 KAMD가 완전하게 지키지 못하고 있고, 방어체계가 있어도 복합·다층 방어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많다.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해군 최신 호위함 충남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며 대남 위협을 지속하는 상황에선 미사일 방어체계가 작동하는 내륙 지역을 신속하게 넓히고, 기존 방어체계 가동지역에선 복합·다층방어가 적용되도록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고도화되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서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지상 탐지·요격체계에 대한 투자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해상 MD 구축은 KAMD에서 해군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려하는 미사일 위협이 북한인지 중국인지 등을 먼저 따져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내륙에서 동쪽으로 쏘는 탄도미사일 위협을 서해나 남해에서 막는다면 SM-3를 쓰는 해상 MD는 효용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에도 효용성이 높을지는 불확실하다.

 

SM-3 도입은 다음달부터 11월까지 진행될 사업타당성조사, 22대 국회 심의 등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여 사업 추진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신형 호위함 등 해군력 강화 ‘속도’

 

SM-3 함대공미사일 외에도 해군의 전력 증강 계획이 새롭게 추진되고 있다.

 

이날 방추위에선 울산급 배치(Batch)-Ⅳ 건조계획이 심의·의결됐다. 배치(Batch)는 동형 함정을 건조하는 묶음 단위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성능이 우수하다.

 

울산급 배치(Batch)-Ⅳ는 노후한 호위함정을 대체할 3000t급 호위함 6척을 2032년까지 3조2525억원을 들여 확보하는 사업이다.

 

지난 2021년 6월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참가자들이 LIG넥스원 부스에 전시된 근접방어 무기체계(CIWS-Ⅱ)를 관람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배치(Batch)-Ⅲ에 해당하는 충남급 호위함과 외형 및 배수량에선 큰 차이가 없다. 

 

충남급은 배치(Batch)-Ⅱ인 대구급보다 배수량이 500t 증가했다. 360도 탐지·추적·대응이 가능한 4면 고정형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MFR)를 함교 위쪽의 복합센서마스트에 탑재한다. 

 

배치(Batch)-Ⅳ는 통합기관제어체계를 국산화하는 등의 개선 사항이 추가된다. 해군에서 해상작전을 수행하면서 제기됐던 개선요구사항도 반영된다. 

 

배치(Batch)-Ⅳ가 전력화되면 1980년대부터 한반도 연안을 지켰던 포항급(PCC) 초계함과 울산급(FF) 호위함,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은 일선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이날 방추위에선 국내에서 개발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Ⅱ의 사업추진기본전략과 체계개발기본계획 수정도 이뤄졌다. CIWS는 함정에 접근하는 미사일과 드론, 항공기를 근거리에서 요격하는 무기다.

 

방추위에서는 CIWS 핵심구성품인 30㎜ 기관포에 대한 국산화 및 물량확보 계획을 변경했다. 당초 사업계획은 2036년까지 8957억 원을 들여 CIWS-Ⅱ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번 수정안 의결을 통해 울산급 배치(Batch)-Ⅳ 탑재 물량을 계획에 반영하고, 미국에서 기술협력을 받아 조립생산하던 기관포의 국산화를 추진한다. 개별 함정사업별로 계약이 이뤄지던 CIWS를 통합, 행정적 편의도 높였다. 드론 위협 등을 고려해 성능을 높이는 것도 추진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