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폴스타폰·샤오미차…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경계가 사라진다 [모빌리티&라이프]

[편집자주] ‘모빌리티&라이프’는 자동차, 항공기 등 전통적인 이동수단부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마이크로모빌리티 등 새로운 이동수단까지 다양한 탈 것을 다루는 코너입니다. 차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과 트렌드를 알려드리고, 모빌리티에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전해드립니다. 
중국에서 출시돼 폴스타4와 연동되는 폴스타폰. 폴스타 제공

‘바퀴 달린 스마트폰’.

 

스마트 기기처럼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 요즘 자동차를 일컫는 말이다. 이제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의 스마트폰화를 넘어 아예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회사 역시 자사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며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 현상이 본격화된 것이다.

 

◆전기차 기업이 만든 스마트폰

 

지난 23일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중국 베이징 모터쇼에서 주요 모델을 공개하며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국내에 6월 출시 예정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쿠페 폴스타4, 콘셉트카 폴스타 시너지 등이 소개됐다. 

 

토마스 잉엔라트 폴스타 최고경영자(CEO)는 “폴스타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미적 렌즈를 통해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가장 현대적인 방법으로 디자인해 왔고, 모터스포츠 헤리티지와 스포츠카를 튜닝해온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퍼포먼스를 만들어왔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생태계를 더욱 확장함은 물론,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정교한 첨단 기술 제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스타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폴스타폰. 폴스타 제공

폴스타는 생태계 확장 차원에서 중국 시장에 내놓을 폴스타폰도 함께 공개했다. 스웨덴의 폴스타 디자인 팀과 중국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스마트폰 제조업체 메이주가 협업해 개발됐다. 이 폰은 전용 운영체제(OS)를 사용해 폴스타4와 운전자의 스마트 기기 간의 원활한 연결을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 매체 CnEVPost에 따르면 중국에서 폴스타4를 구매하면 폴스타폰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이미지 검색, 이미지 생성, 가상비서 호출 등의 기능도 제공한다.

 

앞서 지난해 9월 중국 전기차 기업 니오는 자체 개발한 니오폰을 내놓고 현재 2세대 니오폰을 개발 중이다. 니오폰 역시 전기차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전용 OS를 탑재해 전기차 중앙 제어 장치와 양방향으로 연동된다. 폰으로 차량 잠금, 공조, 시트 마사지, 트렁크·창문 제어 등 30가지 넘는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의 니오폰. 니오 제공

◆스마트폰 기업이 만든 전기차 

 

전기차 기업의 스마트폰은 다분히 스마트폰 기업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전기차를 의식한 것이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윌리엄 리 니오 CEO는 니오폰을 출시하며 “니오가 적자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개발에 투자한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화웨이와 샤오미가 자동차를 만들고 있어 이는 니오의 방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샤오미는 지난달 28일 전기차 SU7를 출시해 첫날에만 9만대 가까이 판매했다. IT(정보기술)기업 중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내놓은 것은 샤오미가 처음이다.

 

2021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샤오미는 지금까지 100억위안(약 1조9000억원) 이상을 전기차 개발에 투입할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다.

 

레이쥔 샤오미 CEO는 “향후 15~20년 안에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가 되고싶다”며 “포르쉐, 테슬라와 경쟁하는 드림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회사로 스마트폰도 만드는 화웨이는 중국 샤오캉그룹의 싸이리스자동차와 합작해 2021년 자동차 브랜드 아이토(AITO)를 발표했다. 화웨이의 OS와 콕핏을 탑재한 전기차 M5, M7, M9이 연이어 나왔다.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가 내놓은 전기차 SU7. 샤오미 제공

◆애플카 물건너갔지만 테슬라폰은 나올까

 

전기차와 스마트폰의 영역 파괴는 스마트폰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자동차와 폰을 통합해 자동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자동차는 탈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로 활성화되고 무선으로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차량에 무선으로 연결해 전화·메시지 송수신, 미디어 재생 등을 하는 기초적인 단계를 넘어 차량과 스마트폰의 기능을 일체화하기 위해서는 같은 회사의 OS와 시스템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차량에서 고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빠른 속도와 최적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자체 테슬라폰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과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만약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대안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며 독자적인 스마트폰 생산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후속 개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테슬라가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해도 당장 삼성·애플과 경쟁하는 독립적인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같이 전기차를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애플은 10년간 자체 차량을 만드는 ‘애플카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결국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