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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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세 부과 시 보복관세 허용”… 中 새 관세법 통과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던 중국이 수출입 관세 등 다양한 조항을 담은 새 관세법을 마련했다. 지난 24일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과 법 통과 승인이 맞아 떨어지며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중국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전날 제9차 회의를 열고 12월1일부터 시행되는 관세법을 표결로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관세법은 중국 수출입 관세와 관련한 다양한 조항을 담고 있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항의 모습. AP연합뉴스

관세법 17조에는 중국이 자국과 특혜 무역 협정을 체결한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상호주의 원칙’을 채택할 수 있는지를 규정했다. 협정을 위반한 국가의 상품에는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고관세를 부과한 국가에 대해서는 ‘보복관세’를 허용하는 셈이다.

 

싱가포르경영대 헨리 가오 교수는 “이것은 핵무기와 같다”며 “관세법의 목적은 사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같은 것(관세)을 사용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우리를 관세로 때리면 우리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로펌 DHH의 린치안 수석 파트너는 “이런 원칙이 법에 명시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전 관세 규정의 대부분 조항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새 법이 중국의 수출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해당 법을 승인했다. 당시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 수뇌부에 중국 과잉생산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양타오 중국 외교부 미대양주 담당 사장은 “허위 서술”이라며 “이는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행사하며 중국의 발전을 억압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과잉되는 것은 중국의 생산능력이 아니라 미국의 우려”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전쟁이 다시 한 번 불붙고 있다.

 

지난 17일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3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보복을 규정한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현행 7.5%인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3배 이상 올리겠다고 했다.

 

재임 시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 관세를 매기겠다”며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