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 20일이 다 됐으나 국민의힘이 좀처럼 당 정상화에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늘 3차 당선자 총회를 연다. 앞서 국민의힘은 비대위원회를 거쳐 조기 전당대회에서 새 당 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번 비대위원장은 전대를 준비하는 임기 두 달 안팎의 관리형으로 권한의 한계가 명확하다. 기존 전당대회 규정인 ‘당원투표 100%’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친윤계와 수도권 그룹 사이를 중재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은 작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대위원장을 선뜻 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혼란 수습을 위한 내부 정비가 첫 발자국도 못 떼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그간 접촉한 당내 중진들은 잇달아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경선 전까지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엔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집권 여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새 원내대표를 놓고는 내홍 조짐을 보인다. ‘찐윤(진짜 친윤석열)’ 이철규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유력 거론되자 안철수 의원, 박정훈 당선자 등은 어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친윤 그룹은 이 의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 의원은 ‘윤핵관 4인방’ 중에서도 끝까지 당내 요직을 지키며 ‘윤심’을 관철해 ‘찐윤’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번 총선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이 의원은 지난 주말 언론 인터뷰에서 “거부해야 할 법이라면, (윤 대통령이) 백번 천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친윤 본색’을 드러냈다. 이런 인식을 가진 인물이 집권당 원내사령탑에 오를 경우 22대 국회에서 협치가 모색되기는커녕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22대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대한 심판인 동시에 민심에 귀 닫고 ‘윤심’에 맹종했던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친윤의 전횡과 이를 둘러싼 혼란은 총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도 ‘윤핵관 중의 윤핵관’을 다시 지도부로 세운다면 ‘도로 친윤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친윤 지도부 구성은 총선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선택이다.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하고도 아무런 반성도, 위기의식도, 변화 의지도 없는 게 요즘 국민의힘이다.
[사설] 비대위원장 구인난, ‘찐윤’ 원내대표 유력한 與의 지리멸렬
기사입력 2024-04-29 00:04:59
기사수정 2024-04-29 00:04:59
기사수정 2024-04-29 00: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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