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지난 1분기 기대 이상의 ‘깜짝 실적’을 거두며 선전했지만 올해 내내 호재가 이어지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은 물론 고부가가치 기술까지 갖춘 중국의 존재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R&D)’만이 이 같은 파고를 뚫고 나갈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29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해운·조선업 2024년 1분기 동향’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의 1분기 수주량은 449만CGT(표준선 환산톤수)이며 수주액은 135억7000만달러(약 18조6709억원)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2.9%, 41.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세계 발주량과 발주액이 각각 1034만CGT, 303억9000만달러(약 41조8288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9% 감소, 2.4% 증가한 것을 감안할 경우 그 의미가 더 크다.
1분기 수주량 점유율을 보면 성과는 더 고무적이다. 한국의 1분기 수주량 점유율은 43.4%로 20년 가까이 수주량 1위 자리를 주로 차지했던 중국(47.1%)과 불과 3.7%p 차이다. 한국(22.7%)과 중국(59.3%) 간 점유율이 2배 이상 차이 났던 지난해에 비해 격차를 크게 줄인 것이다.
한국 조선업이 향후에도 중국과 경쟁에서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나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우선 이번 1분기 실적은 ‘일회성’ 측면이 강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기업인 카타르에너지는 연간 7700만인 LNG생산량을 2030년까지 1억4200만으로 늘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2019년부터 LNG선 신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카타르는 1차에 60척, 이번 2차에는 44척의 LNG선을 발주했고 이 가운데 한국이 92척을 수주했지만, 이 같은 대량 수주는 계속되기가 어렵다.
특히 급성장한 중국 조선사의 기술경쟁력으로 이번처럼 LNG선 등 고부가가치 사업 독식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고비용·고급기술을 요구하는 LNG선이나 대형 유조선을 혼자서 만들 수 있는 업체가 1곳뿐이었지만 이제는 4곳이 더 생겨 총 5곳”이라고 전했다. 이미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의 경우 중국이 가성비로 압도하고 있어 중국이 LNG, LPG선까지 점유율을 넓혀 온다면 한국 조선업계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인력 수급 문제도 중국과의 경쟁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조선업 불황기에 열악한 처우로 국내 숙련 인력들이 떠난 탓이다. 올해 1분기 수주량은 늘었지만 건조량은 248만CGT로 1년 전보다 5.7% 줄어든 배경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R&D’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유일한 부분은 고부가가치 기술뿐”이라며 “탄소포집, 암모니아, 수소 등 높아지는 환경 규제에 대응할 R&D 영역에 투자를 지속해 현재의 우위를 지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개발을 끊임없이 해야 하며 이때 공공의 영역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해줘야 기업들이 참여한다”며 정부의 역할도 주문했다.

